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KIA의 젊은 투수들도 양현종을 보며 자란다. 2019시즌 1차지명 신인 김기훈 등 장래가 촉망되는 투수들은 양현종과 함께 뛰는 것 자체가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자산이다. 등판 사이사이에 컨디션을 조절하는 노하우, 운동방법 등 투구 메커닉 이외에 멘탈(정신력)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슬럼프에 빠졌다가도 거짓말처럼 폼을 회복하며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꾸준함은 양현종이 ‘대투수’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통산 147승째를 거둔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마치고도 양현종의 시선은 오직 팀만을 향하고 있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일단 시즌이 끝나야 한다. 지금 해외 진출과 관련해 거론하는 것은 팀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고, 그런 부분이 이슈가 되는 것은 동료들에게도 미안한 일”이라고 밝혔다. 팀의 남은 10경기에 5일 휴식 후 등판간격을 유지하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5위 두산 베어스(74승4무59패)와 5.5게임차 6위(69승65패)로 5강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 팬들께도, 선수들에게도 좋은 플레이가 나올 것”이라며 책임감을 보였다.
향후 KIA의 마운드를 짊어질 후배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선수들을 아우르는 ‘캡틴’의 품격이 느껴졌다. 2009시즌(12승)과 2010시즌(16승) 성공을 거둔 뒤 2년간(2011~2012시즌) 56경기에서 평균자책점(ERA) 5.86으로 무너지는 실패도 경험한 바 있기에 그의 말 마디마디에 더욱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어렸을 때 마운드에서 내 공을 제대로 못 던져서 많이 후회했다. 후배들은 그것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긴장되고 부담도 느끼겠지만 마운드에서 자기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가 최고’라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던 것을 보여주면, 경험도 쌓이고 그만큼 경기력도 올라갈 것”이라고 당부했다. 타이거즈의 미래까지 생각한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