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기형 감독대행. 사진제공|부산아이파크
하지만 이 대행은 ‘잔류’를 외쳤다. 선수와 소통에 온 신경을 쏟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인천 분위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 대행이 책임진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인천은 10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썼다. ‘이기는 형’이라는 애칭이 붙은 것도 그 때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 대행은 그 해 말 꼬리표를 뗐다. 계약기간 2년의 정식 감독에 사인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인천은 2017시즌 또 한번 롤러코스터를 탔다. 4월 중순부터 2개월간 계속 꼴찌에 머물며 위태로웠지만 여름을 거치며 반등에 성공했고, 9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결코 쉽지 않은 시즌이었지만 이 대행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18시즌은 달랐다. 외국인 선수 보강 등으로 이 감독의 축구가 무르익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공격력은 살아났지만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났다. 10경기 중 무실점 경기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역전 당하기 일쑤였다. 10경기 연속 무승(4무 6패)을 기록하는 등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 시즌 부산 수석코치로 변신한 그는 최근 또 한번 감독 대행이 됐다. 조덕제 감독이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축구인생 두 번째 감독 대행이다. 4년 전 대행에 올랐을 때처럼 이번에도 ‘잔류’가 지상과제다.
올 시즌엔 K리그1(1부) 꼴찌 한 팀만 강등되는 가운데 25라운드까지 10위 부산(25점), 11위 성남(22점), 12위 인천(21점) 등 3팀이 강등권이다. 부산은 18일 25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원을 상대로 비기면서 한시름 놓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처지다. 부산은 인천(26라운드)~성남(27라운드)과 2경기를 남겨뒀는데, 인천과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한다.
지휘봉을 잡고 1승1무를 기록한 이 대행은 친정팀 인천전을 앞두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25라운드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감정을 떠나 팀의 잔류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인천도 잔류를 위해 강하게 나올 것이다. 그 부분을 잘 대처하고 준비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맡아 잔류에 성공하고 정식 감독이 된 4년 전 그 때처럼 이번에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