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싸우고 맞서고 부딪힌다. 고유의 팀 컬러를 유지하면서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낸다. 김기동 감독의 포항 축구가 그렇다. 포항은 전북에 이어 울산까지 제압해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으로 조명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은 10월 A매치 휴식기 전후로 치러진 전북~울산과 ‘하나원큐 K리그1 2020’ 파이널 라운드 그룹A(1~6위) 2·3차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3일 전북과 원정경기에선 1-0, 18일 울산과 홈경기에선 4-0 승리를 거뒀다.
우승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려난 포항이지만 목표는 뚜렷하다. 리그 3위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안착한다는 의지다. K리그는 대회 조별리그 직행 티켓 2장과 플레이오프(PO) 진출권 2장을 받았는데, AFC는 올 시즌 ACL 우승팀에 자국 리그 성적과 관계없이 내년 대회 PO 출전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K리그1 파이널 라운드 그룹B(7~12위)로 추락한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11월 재개될 올 시즌 ACL 정상에 설 경우, 리그 4위는 내년 ACL에 나설 수 없다. 포항은 ‘만에 하나’란 작은 변수까지 차단하려는 것이다.
전북과 울산을 잡음에 따라 목표 달성이 성큼 다가왔다. 14승5무6패로 승점 47을 획득한 포항은 단독 3위다. 4위 상주 상무(승점 41)와 간격도 넉넉해 큰 이변이 없는 한, 지금의 위치에서 올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물러서지 않는 ‘김기동 축구’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결과다. 포항은 K리그1에서 가장 뚜렷한 팀 컬러를 자랑한다. 꼬리를 내리는 법이 없다. 강호를 만났을 때도, 약체와 마주쳤을 때도 한결같다. 과감히 싸우고, 또 열정적 퍼포먼스를 펼친다.
솔직히 포항의 전력은 우승권에 가깝진 않다. 살림살이가 서서히 줄어든 여파다. 그래도 고유의 철학은 유지한다. 한대 맞으면 되받아치는 ‘인파이트 축구’가 포항 스타일이다. 패배보다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 결과다.
울산전이 그랬다. “50대50 싸움에선 절대 밀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김기동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강공 모드를 유지했다. 정규 라운드(팀당 22경기)에서 무득점·6실점으로 울산에 2번 모두 패한 포항은 6골을 되돌려주려고 했다. 잔혹하게 비쳐질 수 있으나 상대의 처지를 봐주는 것은 프로세계에선 용납할 수 없다.
밤을 새워 울산을 분석한 코칭스태프와 함께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리그에 이어 FA컵 4강에서도 울산에 무너졌던 포항은 최근 2주간 오직 ‘동해안 더비’만 바라봤다. 울산 수문장 조현우로부터 “골키퍼는 차분해야 한다”는 거북스러운 조언(?)을 접한 포항 수문장 강현무는 “실점 없이 마치겠다”며 이를 악물었고, 경기 후 “땀조차 나지 않는다”는 너스레로 완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만큼 절절했고 간절했다.
착실히 그들만의 축구로 상대를 지워버리고, 매 순간 앞을 바라보며 진화하는 포항은 참 매력적이다.
포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