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조차 어려웠던 KT 심재민, 다시 야구와 사랑에 빠졌다

입력 2020-10-2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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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서 떠났던 2년, KT 심재민은 다시 야구와 사랑에 빠졌다. 익산|최익래 기자

팀이 어려울 때 고생을 가장 많이 했다. 하지만 비로소 찾아온 팀 영광의 순간엔 정작 함께하지 못했다. 함성 가득한 야구장을 지켜보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면서 야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심재민(26·KT 위즈)은 다시 야구와 사랑에 빠졌다.

심재민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동기 류희운과 함께 KT 1호 선수였다. 자연히 주축 멤버로 분류됐고,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부터 4년간 217경기에서 226.1이닝을 책임졌다. 같은 기간 팀 내 구원투수들 중 최다등판 및 최다이닝 소화였다. 평균자책점(ERA)은 5.57로 다소 기복이 심했지만, 2017년 13홀드를 기록하는 등 마당쇠 역할을 해냈다.

2018시즌 후 군에 입대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심재민과 더불어 사회복무요원으로 떠난 고영표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그러나 기존 자원을 활용해 지난해 창단 첫 5할 승률을 달성했고,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시권이다. 심재민은 당연히 그라운드에서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엄청 부러웠다. 이기는 경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등판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 아프지 않았다면 70경기 이상 등판하지 않았을까? (주)권이가 많이 나가는 게 특히 부러웠다. 이제 권이 반만 따라가는 게 목표다(웃음). 나보다 홀드를 많이 하는 불펜투수가 됐으니 형이라고 불러야겠다.”

KT 좌완투수 심재민은 2년간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내는 동안 야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9월 1일 소집 해제된 그는 몸을 만들면서 1군 복귀에 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심재민은 매일 저녁 텔레비전으로 KT 경기를 지켜봤다. 관중의 함성 속에서 뛰는 동료들이 부러웠고, 용기를 내 ‘직관’도 한 번 했다. 그러나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 야구를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야구와 아예 무관한 2년을 보냈다. 자격증 발급부터 잡다한 업무를 하면서 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심재민은 “야구가 이렇게 재밌는 운동인지,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느꼈다.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 있어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9월 1일 소집해제 후 성실히 몸을 만들었고, 체중도 확 빠졌지만 과한 의욕에 탈이 났다. 한 차례 고관절 통증을 느껴 프로그램이 중단됐고, 주말쯤 다시 실전을 소화할 예정이다. 홍성용 2군 투수코치와 강권민 트레이너 등 주위의 적극적 도움으로 몸 상태를 완벽히 회복했다. 다만 1군 복귀는 심재민이 아닌 코칭스태프의 영역이다. 심재민도 이를 알기에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 과한 의욕은 없다. 심재민은 “그동안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마음에 스스로 쫓겼다. 하지만 이젠 가장 큰 고민을 해결했다”며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야구에만 올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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