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한준(왼쪽)과 박경수(가운데)는 실력으로도, 멘탈로도, 리더십으로서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KT는 남은 정규시즌, 박경수의 완쾌를 위해 시간을 벌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사진제공|KT 위즈
KT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7-5로 승리하며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PS 진출을 확정했다. 창단 첫 감격이다. 이강철 감독이 경기 후 “PS 진출 MVP는 팀 ‘KT 위즈’”라고 밝힐 만큼, 모두가 똘똘 뭉쳐 만든 결과라 더욱 의미 있다.
경기 후 ‘캡틴’ 유한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다. 인터뷰에서 매번 가을야구 가겠다고 했는데, 거짓말쟁이가 안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팬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 기분 좋다”고 밝혔다.
올 시즌 전반에 대한 소감을 나눈 뒤, 유한준은 “이런 순간 같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박경수의 이름을 꺼냈다. 박경수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우측 햄스트링 근육이 5㎝ 가까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복귀까지 4주 정도 소요될 것이란 진단이다. 부상 전날인 6일 롯데전서 KBO리그 2루수 최다홈런 신기록(148개)을 세운 직후 당한 부상이라 아쉬움은 컸다. 2003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이래 프로 18년만의 첫 포스트시즌(PS)을 앞둔 개인에게도, 주전 2루수가 갑자기 이탈한 팀에도 뼈아팠다.
하지만 남은 동료들은 ‘어떻게든 PS를 확정짓겠다’는 다짐을 지켰다. 이제 빨리 돌아오겠다는 박경수가 약속을 지킬 차례다. 박경수는 재활 과정에서 꾸준히 야구장에 나오며 동료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최근 캐치볼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회복세가 빠르다는 전언이다. 이 감독은 “PS에서는 쓸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풀타임은 어렵지만, 더 높은 위치라면 완벽히 될 것이라는 트레이닝파트의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한준은 “우리가 높은 곳에서 PS를 시작해야 경수가 완벽히 돌아올 것”이라며 남은 정규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이어 “PS에서는 후배들이 나와 경수만 믿고 따라와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베테랑이 이끌고 젊은 선수들이 뒤를 받치는 선순환 구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박경수와 유한준은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일만 남았다. 우리의 남은 과제는 후배들이 성장할 때까지 화살과 비바람을 막아내며 버티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은 물론 리그에서도 손색없는 외야수, 2루수로 군림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없어선 안 될 역할을 여러 개 맡고 있다. 유한준과 박경수는 후배들의 성장을 기다리는 것 말고도 할 일이 수없이 많이 남았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