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미. 사진제공|KLPGA
매번 정상 문턱에서 고비 마다 주저앉았던 ‘투어 2년차’ 이소미(21·SBI저축은행)가 마침내 데뷔 첫 승 감격을 누렸다. 25일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 영암CC 카일필립스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0 휴엔케어 여자오픈’(총상금 8억 원)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우승상금 1억44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휴엔케어 여자오픈은 당초 4라운드 72홀 경기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23일 경기가 강풍으로 취소되면서 3라운드 54홀 경기로 축소됐다.
파3인 5번 홀 홀인원 등을 앞세워 하루 동안 6타를 줄여 8언더파를 마크한 김보아(25·넥시스)가 준우승을 차지했고,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시즌 첫 승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던 최혜진(21·롯데)은 이븐파에 그쳐 합계 6언더파 공동 3위에 머물렀다.
이소미는 최혜진에 1타 뒤진 5언더파로 최종라운드를 맞았다. 3번(파4) 홀에서 버디를 잡아 2번(파3) 홀에서 1타를 줄였던 최혜진에 다시 1타 차로 따라붙은 뒤 8번(파5) 홀에서 버디에 성공해 최혜진과 처음으로 7언더파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어 9번(파4)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여 마침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2번(파4) 홀에서 재차 버디에 성공해 9언더파, 2타 차로 앞서간 이소미는 13번(파4) 홀에서 첫 보기를 범하며 파 행진을 이어가던 최혜진과의 간격이 다시 1타 차로 좁혀졌다. 첫 우승에 결정적 계기가 된 건 13번(파3) 홀.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6.5m 거리의 퍼트를 그대로 홀컵에 떨구며 버디로 연결해 다시 2타차로 도망갔다. 최혜진은 16번(파4) 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고, 앞선 조의 김보아가 먼저 8언더파로 경기를 마쳤지만 이소미는 끝까지 9언더파를 유지하며 첫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이소미. 사진제공|KLPGA
지난해 정규투어에 데뷔 해 2위만 3차례 경험했던 이소미는 올 6월에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2~3라운드 연속 단독 1위를 달리다 최종라운드에서 공동 3위로 미끄러졌고, 9월에 이번 대회와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팬텀클래식에서도 2라운드까지 9언더파 단독 1위를 달리다 최종 3라운드에서 2오버파에 그치며 공동 10위로 밀리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며 ‘뒷심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최혜진, 김아림(25·SBI저축은행)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25일에도 1번 홀 첫 티샷 때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스윙 매커니즘이 무너진 드라이버 티샷은 왼쪽 깊은 러프 쪽으로 향했는데, 공은 러프 지역 내에 있던 무언가를 맞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들어와 카트 도로 바로 옆 러프에 떨어졌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147m에 불과한 명백한 미스 샷으로 만약 그대로 떨어졌다면 공을 찾기 힘들어 보였지만 행운이 따랐고, 결국 이 홀에서 파를 기록한 뒤 첫 우승을 ‘역전 우승’으로 장식했다.
전남 완도 출신으로 투어 41번째 대회 만에 그토록 갈망하던 첫 승을 일군 이소미는 “그동안 우승이 없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빠, 엄마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은 뒤 평소 말했던 것처럼 “이번 첫 우승 상금은 부모님 통장으로 모두 ‘쏴’ 드리고 싶다. 마침내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현경(20·한국토지신탁) 임희정(20·한화큐셀) 등 동기들에 비해 첫 우승이 늦어진 그는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미끄러졌던 기억이 많아 ‘내일 또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 예전과 같이 조바심을 내지 않고, 매 홀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께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혜진이나, 아림 언니를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1번 홀 티샷 미스 후 ‘내가 보통 때 하는 실수가 아니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이후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며 “이번 우승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욕심을 부린다면, 올 시즌 나머지 (3개) 대회 중에서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암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