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 이강철 감독, “대형계약? PS만 신경”… 이숭용 단장, “홀가분”

입력 2020-10-26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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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여러 가지 원대한 목표와 그 비전을 밝히는 자리다. 하지만 이숭용 KT 위즈 단장(49)은 이강철 감독(54) 취임식에서 “감독님 재계약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흔치 않은 취임사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이 단장은 목표를 이뤘다. 프런트와 현장 불신의 시대에 이 감독과 이 단장은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KT는 26일 이강철 감독과 조기 재계약을 발표했다. 총액 20억 원(계약금·연봉 각 5억 원)의 초대형 규모였다. 이 감독의 계약기간이 내년까지였지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중장기적 강팀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찌감치 재계약했다.

이 감독의 성과를 인정한 결과다. KT는 그룹 차원에서 혁신, 변화를 전직원에게 주문하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는 올해 초 전 직원들에게 “KT 그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확실히 보상하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만년 하위팀이었던 KT의 패배의식을 개선했고, 5강에 이어 포스트시즌(PS)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한국시리즈 이력이 없는 감독 중 최초로 20억 원 수준의 초대형 계약을 안겨준 건 이 감독의 혁신을 인정한 동시에, 기업 전체에 확고한 메시지를 전했다는 시선이다.



재계약 발표 직후 연락이 닿은 이 감독은 “구현모 KT 대표이사님이 2년간 성적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남상봉 KT 스포츠단 사장님, 이숭용 단장 이하 프런트에서도 고생을 많이 해줬다. 김태균 수석코치 이하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만든 결과다.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PS에 진출한 것도, 좋은 조건에 재계약한 것도 전부 KT를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이다.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남은 정규시즌 4경기와 PS 준비도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은 “아직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 대형계약이 감사하긴 하지만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숭용 단장의 목소리도 밝았다. 이 단장은 재계약 발표 후 통화에서 “감독님 재계약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어 홀가분하다. 감독님께서 모두 만드신 결과”라며 공을 돌렸다. 이어 “구단은 물론 모기업에서도 감독님의 혁신을 높게 인정했기 때문에 큰 규모 계약이 나왔다. (재계약 금액 산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기 재계약. 이듬해부터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운영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현장과 프런트의 수장은 서로를 존중했다. 이 감독은 “운영에 대한 부분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남은 정규시즌과 PS를 마친 뒤 차분히 돌아보고, 단장 이하 프런트와 내년 이후 그림을 그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 단장은 “감독님의 뜻에 전적으로 따를 것이다. 우리는 그 뜻이 실현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프리에이전트(FA) 취임 선물도 없었고, 팀에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도 없었지만 이 감독은 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2년 만에 ‘팀 빌딩’에 성공했다. 혁신의 성과를 인정받는 보너스도 챙겼다. 이강철 1기의 종착점이 어디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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