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바르텍(왼쪽)-KB손해보험 케이타. 스포츠동아DB
이들 중 성공 사례는 소수다. 현대캐피탈 션 루니(2005~2007년)를 시작으로 삼성화재 안젤코(2007~2009년), 가빈(2009~2012년), 레오(2012~2015년)는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루니, 안젤코, 가빈, 레오는 챔피언 결정전 MVP도 거머쥐었다. OK금융그룹 시몬(2014~2016시즌)은 시즌 MVP는 놓쳤지만 챔피언 결정전 MVP로 자존심을 세웠다. 그밖에 가스파리니, 그로저, 아가메즈, 오레올, 타이스, 파다르 등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루니를 제외하고 성공했던 외국인선수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득점이었다. 루니는 현대캐피탈에서의 2시즌 동안 437득점, 518득점을 각각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53%, 51%였다. 국가대표선수들이 몰려있던 당시 현대캐피탈의 특성상 공격부담을 높일 이유도 없었다.
이를 바꾼 것이 삼성화재다. 외국인선수에게 공격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의 배구를 택했다. 안젤코가 삼성화재에서 2시즌을 뛰면서 805득점, 885득점을 기록할 때만 해도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 가빈과 레오가 등장해 전혀 다른 시대를 열었다.
가빈은 3시즌 중 2차례나 시즌 1000득점을 넘겼다. 2011~2012시즌에는 1112득점, 공격성공률 59%를 기록했다. 네트 위로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높은 타점에서 꽂는 파괴력 넘치는 강타는 전설처럼 남아있다.
레오는 더했다. 호리호리한 몸으로 회초리를 휘두르는 듯한 공격으로 2014~2015시즌 1282득점을 기록했다. 3시즌 동안 기록한 60%~59%~57%의 공격성공률도 대단했다. 이런 압도적 기록은 쉽게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새 시즌 전설의 가빈과 레오를 소환하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삼성화재 바르텍과 KB손해보험 케이타다. 27일까지 바르텍은 3경기에서 103득점으로 이 부문 1위다. 케이타는 72득점으로 3위지만 2경기만 치렀다. 각각 55%, 56%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이들은 블로커 위에서 때리는 고공강타를 자랑한다.
바르텍은 파괴력도 갖췄다. 이선규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예전 가빈의 향기가 난다”며 공격력을 높이 샀다. 케이타는 높이에 더 강점이 있다. 27일 그를 상대했던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토종선수들의 블로킹 위에서 때린다. 다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격 스타일이 가빈보다는 레오를 연상시킨다.
시즌 성공을 위해선 외국인선수의 공격부담과 성공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V리그의 트렌드다. 최근 수년간은 기술과 스피드를 우선시했지만, 이번 시즌은 높이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배구에선 높이가 권력이고, 네트 위를 지배하는 팀이 유리하다. 바르텍과 케이타의 득점 경쟁은 새 시즌의 새로운 볼거리 중 하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