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제이미 로맥. 스포츠동아DB
자연스럽게 2021시즌에도 로맥과 SK의 동행이 계속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성적만 놓고 보면 SK가 재계약을 고민할 이유는 없다. 28일까지 138경기에서 타율 0.283(481타수 136안타), 32홈런, 90타점, 출루율 0.400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의 타율 0.276, 29홈런, 95타점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
12개의 실책을 범하는 등(수비율 0.990) 수비 시 순발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타선에서 그가 보여주는 생산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선구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도 앞으로를 기대케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상대 배터리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유지한 점은 재계약 협상에서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문제는 에이징 커브, 내년 36세가 되는 나이다. SK 박경완 감독대행이 로맥의 재계약 여부와 관련해 “정이 들었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미 9위를 확정한 올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외국인타자를 영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로 내부에서도 그쪽으로 무게가 쏠렸다. 투수 닉 킹엄의 대체자로 영입했다가 손가락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또 다른 외국인타자 타일러 화이트(30)도 애초 2021시즌 활용까지 생각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로맥이 9월 이후 45경기에서 타율 0.318(157타수 50안타), 14홈런, 34타점으로 폭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 대행은 “경험으로 본다면 타율 0.280 이상은 무조건 칠 수 있다고 본다. 선구안까지 좋아졌다”며 “후반에는 좋은 모습을 굉장히 많이 보여줬다. 무엇보다 로맥만한 타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새로운 타자가 온다고 해도 로맥만큼 해줄 것이란 보장이 없다. 많은 것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로맥이 지닌 무형의 가치가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행은 “(로맥이) 마지막 야구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올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며 “한국문화에 적응도 잘했고, 선수들과도 굉장히 잘 지낸다. 거의 한국사람 같다. 그렇게 관계를 유지하기도 사실 쉽지 않은데 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로맥은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시절에도 1군 성적은 30경기에서 타율 0.113(71타수8안타)에 홈런 없이 2타점으로 초라했지만, 팀 적응력과 성실한 훈련태도로 찬사를 받았다. KBO리그에서도 그 마음가짐을 잃지 않은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과연 SK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