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현대 이동국이 2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선수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주|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며 살짝 투덜거리던 이동국은 처음 프로 유니폼을 받은 날을 떠올렸다.
“고교생(포철공고) 신분일 때 포항 스틸러스가 내 이름과 ‘33번’이 박힌 유니폼을 선물해줬다. 공식 등록되지 않은 번호였는데, 며칠 동안 그것만 입고 잤던 기억이 생생하다.”
새 삶을 열어준 2009년 전북도 빼놓을 수 없다. 그해 전북은 성남 일화(현 성남FC)를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창단 첫 리그 우승도 짜릿했지만, 전년도 미들즈브러(잉글랜드)에서 방출된 그가 잠시 몸담고 혹독한 시련을 겪은 팀이 성남이라 더 각별했다. 이동국은 “축구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픔도 많았다. ‘게으르다’는 편견과 함께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2002한일월드컵은 참담했다. 그 때는 폐인처럼 지냈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의 시련이 그를 더 단단하게 했다. “4강 신화에 내가 일조했다면 이렇게 오래 뛰지 못했을 거다. 끊임없이 시련을 떠올리며 축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의 큰 동력이 됐다.”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동행하지 못한 2006독일월드컵도 빼놓을 수 없다. 2003년부터 3년 넘게 철저히 대비했음에도 대회 본선 2개월여를 남기고 치른 K리그 경기 도중 부상으로 쓰러졌다. “경기력은 그 때가 가장 완벽했다. 간혹 ‘아프지 않고 독일에 갔다면 어땠을지’라는 상상을 할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고 이동국은 회상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