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택’ LG 박용택, 1274번째 발걸음 끝…‘아듀 잠실’ 그린다

입력 2020-10-29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에 패한 뒤 LG 박용택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에 패한 뒤 LG 박용택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리그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한국야구의 성지로 불린 잠실야구장. 이곳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이는 박용택(41·LG 트윈스)이다. 2002년 4월 1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처음 새겨진 발걸음은 2020년 10월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박용택은 가장 익숙했던 홈구장에 다시 돌아오지 않기만을 그리고 있다.

LG는 28일 잠실 한화전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6-7로 패했다. 무승부만 기록했어도 2위 사수의 7부능선을 넘을 수 있었기에 아쉬운 패배였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 데시벨이 가장 높아진 순간은 LG가 6-4로 앞선 5회말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2사 1·2루 정주현 타석에 박용택을 대타로 투입했다. 이날은 LG의 홈 최종전. 바꿔 말하면 올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박용택의 잠실구장 마지막 경기였다. 이날 잠실구장은 전체 정원의 28.3%인 6775석이 오픈됐고, 오후 5시경 매진됐다. 유광점퍼를 입은 LG 팬들은 1루는 물론 3루 측에도 잔뜩 운집했고, 박용택 타석에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한화는 김진욱에서 강재민으로 투수를 바꿨고, 박용택은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LG 팬들은 모두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박용택도 헬멧을 벗어 화답했다.

박용택은 LG의, 그리고 서울의 자존심이다. 이날 포함 통산 2235경기 중 1274경기를 잠실에서 소화하며 이 부문 압도적 1위에 올라있다. 두산과 원정 142경기를 제외해도 1131경기에서 잠실구장을 홈으로 썼다. 타율 0.315(4572타수 1442안타), 94홈런으로 로 성적도 자신의 커리어 평균(타율 0.308)보다 빼어났다.

잠실구장 최다 출장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전망이다. 잠실구장 최다 출장 TOP 5는 박용택에 이어 이병규(996경기), 안경현(983경기), 김동주(947경기), 이종열(941경기·이상 은퇴)로, 모두 유니폼을 벗었다. 현역 최다출장자는 김현수(865경기)로 6년은 더 부상 없이 뛰어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박용택이 얼마나 꾸준한 타자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LG는 3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을 끝으로 정규시즌 일정을 마무리한다. 2위를 사수해 PO에 직행할 경우 그 이후 포스트시즌(PS) 일정은 모두 중립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른다. 준PO로 떨어질 경우 잠실에서 PS를 치르게 되고, 박용택의 홈 고별전도 정규시즌이 아닌 PS로 무대를 옮기게 된다. 박용택과 LG 모두 이 그림을 바라지 않을 터다. LG는 이미 박용택의 은퇴경기 없이 내년 팬들 앞에서 가장 성대한 은퇴식을 약속한 바 있다. 박용택이 다음 잠실구장을 밟는 날이 2021년이길 팀과 선수 모두 원하는 상황이다.

한국야구의 성지 잠실구장에서 가장 강렬했고, 가장 꾸준했던 사나이는 이제 안방과 뜨거운 안녕을 그리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