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선수단. 스포츠동아DB
‘타도 전북’을 외친 울산이 폭풍처럼 질주했다. 주니오의 활약을 앞세운 울산의 목표는 분명했다. 2005년 이후 멀어진 우승트로피. 전북과 팽팽한 선두경쟁을 벌이던 울산은 7월 중순을 기점으로 확실한 1위로 올라섰다. 한때 승점 6점이나 앞서 ‘선두 굳히기’에 나서는 듯했다.
울산의 화력이 무서웠다. 3~4골씩 상대를 맹폭하는 울산에 비해 1골차 ‘꾸역 승’이 많은 전북은 크게 부족해 보였다. K리그에선 승점이 같으면 득실차가 아닌 다득점을 우선한다. 실제로 지난해 전북은 다득점으로 울산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그러나 전북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단에선 “1골차로 이기나 5골차로 이기나 같은 승점(3점)이 주어진다. 올해 우린 승점으로 우승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프런트와 선수단, 지원스태프까지 긴 레이스에서 매 경기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하나 됨’의 힘이다. 누구도 부정적 생각을 품지 않았다. “할 수 있다”를 되새겼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도 “팀원 모두가 ‘우승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고비에선 더 높은 집중력으로 승점을 쌓았다. 정규 라운드(팀당 22경기)에서 울산에 2전승을 거둔 뒤 승점 동률 상황에서 맞은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승부에서 또 이겼다. 전북의 전성기를 일군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은 “이길 경기를 놓쳐선 안 된다. 전북은 강호 이미지를 그렇게 굳혔고, 상대가 늘 두려워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이벌 팀이 스스로 미끄러진다는 얘기다.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구심점은 2009년부터 전북에서 활약한 ‘맏형’ 이동국이었다. 특히 올해는 우승이 걸린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현역 은퇴’를 선언해 다소 들떴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선수단에 진지함을 불어넣었다.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란 표현처럼 전북에는 어떤 과정을 거치든 우승하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전북이 더 무서운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