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펜트하우스’ 극과 극 반응…“몰래 보는 재미” vs “막장의 끝”

입력 2020-11-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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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유진, 김소연(왼쪽부터)이 주연한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수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13%대(닐슨코리아) 시청률을 훌쩍 넘겼다. 사진은 드라마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대중의 욕망 잘 건드린 히트 상품”
자극적 소재·전개에도 시청률 13%
“불륜·지나친 폭력·모방범죄 자극”
청와대 국민청원 등 민원 200여건
“‘막장’이지만,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어요.”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본방사수’ 중인 30대 남성 권모 씨는 “주변에서 그런 ‘막장’을 왜 보냐고 할까봐” 이름을 밝히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티는 못 내지만 나처럼 매회 챙겨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그는 “욕하면서 몰래 본다는 말이 딱 맞다”며 웃었다.

10월26일 방송을 시작해 겨우 4회분을 방송한 ‘펜트하우스’가 자극적인 소재와 전개로 방송가 안팎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헤라펠리스’ 입주자들을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들춰내는 드라마는 불륜·아동학대·10대 비행 등 설정을 노출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극적이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점점 치솟아 첫 방송 9.2%(이하 닐슨코리아)에서 3일 13.9%까지 올라섰다. 드라마를 향한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는 상황인 셈이다.

호(好)…“욕망 건드린 ‘잘 만든 상품’”
드라마는 작년 SBS ‘황후의 품격’ 등으로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김순옥 작가의 신작이다. 김 작가는 출생의 비밀, 방화, 암투,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뤄온 탓에 ‘막장 대모’로 불린다. 애시청자들의 시선은 흡인력 강한 김 작가의 필력으로 쏠린다. 자극적이라 하더라도 악인이 몰락하는 ‘사이다 결말’로 빠르게 달려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8일 “예술적 완성도와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대중의 욕망을 잘 건드린 상품으로서 분명 경쟁력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부동산과 교육문제를 결합시킨 소재를 내세운 시의성 강한 드라마”라면서 “시청자의 갑론을박을 자아낸 것 자체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불호(不好)…“아무리 드라마이지만” 난색
우려도 이어진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첫 방송 이후 “아무리 드라마이지만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자라나는 청소년의 ‘모방범죄’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심의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관련 민원만 8일 현재까지 200여 건을 훌쩍 넘겼다.

SBS는 3일 방송분을 19세 이상 시청 등급로 편성해 방송했다. 앞으로도 방송사 자체 심의를 거쳐 시청 등급을 조정할 예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자극적인 설정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시청률만 앞세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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