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왼쪽)-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가을 DNA, 두산의 믿을 구석
KT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이기 때문에 자체 육성선수들 중 가을무대를 밟아본 이는 없다. 유한준(24경기), 황재균(19경기) 등 전 소속팀에서 PS에 나선 이들이 있지만, 경험이 많진 않다.
바로 이 가을 경험이 두산의 가장 큰 무기다. 정규시즌 막판 5위도 장담할 수 없이 쫓겼지만 최종 4연승으로 3위를 차지했다. LG 트윈스와 준PO에서도 ‘가을 타짜’의 면모를 과시했다. 승부처에서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보이며 LG 마운드를 맹폭한 것도, 정규시즌 잠잠했던 오재원이 준PO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것도 가을 DNA의 힘이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KT(0.794·2위)와 두산(0.792·3위) 모두 리그 최상위권이니 타선의 파괴력에선 어느 한쪽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두 팀의 색깔은 마운드에서 갈린다.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ERA) 4.31로 1위, KT는 4.54로 4위다. KT는 특히 리그 최다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뒷문에 확실히 상대를 압도할 파워 피처가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색안경 벗으면 보이는 KT의 디테일
누적기록은 과거를 증명할 뿐 현재를 담보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두산의 야구는 세밀한 디테일로 정의한다. 반대로 KT는 1군 진입 초반부터 어수선한 수비를 보였다. 이미지만 따지면 그렇지만, 올해 정규시즌만큼은 KT가 디테일에서 앞섰다. 실책 개수만 따지면 두산(85개·2위)이 KT(102개·9위)보다 적지만, 수비효율(DER)은 KT(0.687·2위)가 두산(0.667·9위)보다 높았다. 기본적으로 KT 투수진은 탈삼진보다 맞혀 잡는 유형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절대값인 실책 개수가 많았다. 하지만 땅볼 유도에 능한 소형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등이 호성적을 냈던 것은 탄탄한 내야진이 있기에 가능했다.
경기 운영도 그렇다. KT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희생번트(64개)를 댄 반면 두산은 최저(38개)였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이강철 감독은 적극적 작전으로 이를 상쇄했다. 이 감독이 KT의 PS 경험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내가 가을야구를 많이 해봤다”는 자신감으로 받아쳤다. 실제로 이 감독은 선수시절은 물론 투수코치, 수석코치 등을 역임하며 가을야구를 숱하게 치렀다.
상반의 시리즈. 1차전 승부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과연 어느 팀이 미소를 지을까.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