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V리그가 고의적 패배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입력 2020-11-0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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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OK금융그룹 읏맨 프로배구단

당분간 V리그 화제의 중심은 OK금융그룹이 차지할 것이다. 2020~2021시즌 1라운드에서 5연승을 거둔 성적에 대한 얘기라면 좋겠지만 아니다. 구단 최고위층의 고의패배 지시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 전망이다.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헛일이 되는 것처럼, 좋은 얘기보다는 나쁜 얘기의 임팩트가 더 크다.

OK금융그룹의 주장처럼 지금의 논란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휴대전화 문자 내용대로 실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당자사의 양심선언이 아니고선 쉽게 밝혀지지 않을 듯하다. OK금융그룹이나 한국배구연맹(KOVO)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면 모를까 진실이 밝혀질 방법은 많지 않다. 그래서 당분간 이 얘기는 많은 의혹 속에 사람들의 입을 하나둘 건너면서 확대 재생산될 수도 있다. 애써 쌓아올린 프로배구의 깨끗한 이미지가 손상될까 걱정스럽다.

돌이켜보면 OK금융그룹은 최근 수년간 V리그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사안마다 끼어있었다. 2년 전 안산 상록수체육관의 사라진 광고판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이전 시즌의 경기구를 경기에 내놓는 바람에 V리그를 큰 소용돌이에 빠트린 적도 있다. 국가대표팀 김호철 감독 영입을 시도하다가 숱한 비난에 휩싸이자, 자신들만 슬쩍 빠져나가고 김 감독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가도록 한 일도 있다. 한국배구의 귀중한 자산인 김 감독을 구단의 입맛대로 삼켰다가 내뱉는 식의 표리부동으로 큰 실망감을 낳았다.

V리그를 지탱해온 트라이아웃과 신인드래프트 시스템마저 OK금융그룹이 흔들어버린 꼴이 됐다. 그동안 V리그는 하위팀에 다음 시즌 더 좋은 기회를 주려고 성적 역순으로 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 지명의 우선권을 줬다. 요즘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공정성에 맞는 제도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지 않기 위한 리그의 공동체의식이 만든 좋은 방식이지만, 이 시스템의 약점을 파고들려는 일이 지금 발생했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지 ‘봄 배구’에 나가지 못한 팀들은 그동안 고의적인 성적 낮추기(탱킹)의 유혹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동안은 리그 구성원들의 양심과 건전한 판단이 탱킹의 유혹을 물리쳤지만, 이제는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됐다.

스스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런 유혹을 없애는 수밖에 없다. 해법은 간단하다. 외국인선수와 신인 드래프트를 성적의 역순 대신 어느 팀에나 똑같은 기회를 주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제도는 없다. 구성원들의 건전한 상식과 손해를 보더라도 규정을 따르겠다는 올바른 마음이 모여야 좋은 제도가 가능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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