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는 실험의 장 아냐” 김태형은 이래서 단기전의 승부사다

입력 2020-11-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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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단기전은 감독이 어떤 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52)이 단기전인 포스트시즌(PS)에 임하는 자세를 표현한 한마디다. 사령탑 첫해인 2015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라 3차례나 정상을 밟았고,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올해도 KS를 노리고 있다. KT 위즈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2차전을 모두 잡아 KS 진출을 위한 8부능선을 넘은 상태다.

그라운드 전체를 바라보며 플랜을 짜야 하는 포수 출신의 강점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50대50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전략은 2017년과 2018년 KS서 패한 뼈아픈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KS에서도 냉철하고 과감한 승부수로 성공을 거뒀는데, 준PO부터 시작한 올 시즌에는 어느 때보다 과감한 투수교체와 스페셜리스트 기용이 돋보인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 PS의 특성을 완벽하게 살린 운용이다.

김 감독은 “PS는 가장 확률 높은 선수들을 써야 한다”며 “감독이 어떤 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른 카드를 꺼내기는 솔직히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단기전은 페넌트레이스처럼 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즌 막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던 함덕주의 투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과거에는 마무리투수로도 나섰고, 지금 컨디션이 올라왔지만 뭔가 여유 있는 경기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해부터 올해 준PO까지 김 감독 체제에서 투수코치로 일했던 김원형 SK 와이번스 감독은 “(김태형 감독은) 큰 경기 때는 확실히 과감하게 하시는 측면이 있다”며 “남들이 보기에는 무리수라고 해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 지금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와 단기전의 야구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일 PO 2차전에서 최원준을 2.2이닝 만에 교체한 상황을 예로 들며 “내가 그 상황에서 주저했더라도 (김태형) 감독님은 그대로 밀어붙이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주자를 투입하는 과정에도 디테일이 숨어있다. 이번 PO에서 기민한 주루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찬의 기용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부수다. 김 감독은 “(이)유찬이를 투입한다는 것은 승부수”라며 “유찬이가 누상에 나갔을 때는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이 1.25초를 넘어가면 도루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조수행, 안권수 등 발로 승부할 수 있는 자원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12일) PO 3차전도 총력전”을 외친 김 감독의 다음 승부수는 무엇일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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