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면 키우지 마세요”

입력 2020-11-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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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거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키우다 유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 충분히 공부한 뒤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펫뉴스

구설수 많은 트럼프 미 대통령도 ‘반려견 이미지메이킹’ 거절

포천서 명예견 2년만에 해외 입양
역곡역 다행이는 유기동물센터로
전문가들 “키우기 전 공부 꼭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종 기행과 막말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패했지만 순순히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판을 많이 받은 트럼프 대통령도 평가받을만한 점이 있다.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유일하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반려견을 입양할 것을 권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했다. 대통령 직무 수행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뿐더러, 반려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려동물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기만행위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단했다. 각종 쇼맨십과 기행으로 명성을 떨친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키우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의 솔직한 면모를 보여줬다. 자신이 싫어하더라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좋아하는 척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의 정치인이 아닐까.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한국에서는 반려동물을 액세서리로 보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다.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쓰다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즉각 내다 버린다. 포천파출소의 명예경찰견 왕방이와 왕순이가 전형적인 사례다. 진도믹스견으로 유기견인 왕방이와 왕순이는 각각 2018년과 2019년 강아지였을 때 파출소 경관들이 데리고 왔다. 생후 2개월께 파출소에 온 두 마리의 개는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명예경찰견으로 경찰과 시민들의 사랑을 담뿍 받았지만 지난 6월께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개들이 짖어서 불편하다는 동네 주민들의 민원이 접수되자 파출소 측은 개들을 다른 곳에 보내기로 했다. 개를 데려온 경관들도 다른 근무지로 간 지 오래였다.

왕방이와 왕순이는 갈 곳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입양이 여의치 않았다. 중형견 2마리를 단번에 입양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왕방이와 왕순이를 돌보던 이가 국외입양을 추진한 끝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입양을 떠났다. 케이지에 갇혀 한국 땅을 떠나는 왕방이와 왕순이의 눈이 슬퍼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관리소홀로 어이없이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도 많다. 유기묘였던 다행이는 2014년 역곡역에 와서 역곡 명예역장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이를 데려온 김행균 역곡역장이 휴직에 들어가자 다행이는 2017년 유기동물센터에 보내졌다. 그 후 다행이는 실종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키우기 시작하면 관리소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려동물에 관한 책 한 권이라도 읽는 정성을 들여야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승 객원기자 inewsm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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