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출소 한 달 앞…피해자 가족 결국 이사 (PD수첩)

입력 2020-11-12 13:1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조두순, 출소 한 달 앞…피해자 가족 결국 이사 (PD수첩)


MBC ‘PD수첩’측은 10일 방송을 통해 아동성범죄자들의 출소 후를 취재해 우리 사회가 아동성범죄자들의 출소에 얼마나 대비가 되어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지난 2008년 12월, 조두순은 학교에 가던 8살 아이를 납치, 성폭행하고 평생 장애를 입히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술을 마셔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에서 12년형으로 감형받은 조두순은 오는 12월 12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조두순은 지난 7월 말 보호관찰소 사전면담 당시 출소 후 범행을 저질렀던 안산에서 살겠다고 밝혔다. 그 소식에 아이를 가진 주민들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경찰은 조두순 주거 예정지 1km 반경 내 CCTV 35대를 설치하고 초소도 마련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안산시 역시 10억 원을 투자해 CCTV와 안면인식 카메라를 설치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사진|MBC


2009년 당시 조두순은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 평가척도에서 17점을 받았다. 13점만 넘어도 재범위험성이 높은데 그 이상을 받은 것이다. 사이코패스 여부 판단 검사 결과 29점, 연쇄 성범죄자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로 조두순은 재범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분류됐다. 그리고 보호관찰소 역시 면담 결과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무부는 1대1 전자 감독과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철저히 관리감독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출소가 현실이 되자 약 111만 명이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나섰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조두순 사건 이후에도 잔혹한 아동 성범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재범 위험성이 높은 아동 성범죄자들이 적지 않다. ‘PD수첩’에서 확인한 결과,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된 성범죄자들의 다수가 어린이집을 비롯한 학교 주변에 살고 있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절반 이상이 자신의 집에서 1km 안쪽에서 범죄가 발생했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경기 지역의 성범죄자 215명 중 1/3 이상이 출소 후,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왔다. 제작진이 직접 만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고 출소한 이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도 피해자를 향한 죄책감도 없었다.

출소한 성범죄자를 촘촘하게 관리하는 것이 재범을 막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아동 성범죄자의 등록 거주지와 실거주지가 다르거나 보호관찰을 받는 와중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주는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 가운데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들을 섬에 격리하기도 한다. 독일의 경우 사회치료시설을 운영해 출소가 가까워진 재소자들의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출소 이후 성범죄자들을 격리, 관리하는 보호수용법안이 쏟아졌지만, 인권침해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PD수첩’은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출소 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다거나 범죄자 치료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투자를 더 미루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두순 출소가 12월 13일로 다가온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은 결국 이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아버지는 한 매체에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계속 안산에 남으려고 했던 것은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면서 “하지만 아이도 힘들다고 하고, 이웃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도 커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억 원 넘는 돈이 성금으로 들어왔는데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시지 않았다면 이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마운 마음도 드러냈다.

사진=MBC ‘PD수첩’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