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열기는 뜨거운데 방역 사고 제로! 이렇게 성숙한 야구 팬 의식

입력 2020-11-13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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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함성 대신 ‘클래퍼’를 활용한 박수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치맥’을 즐길 수 없지만 오롯이 야구라는 콘텐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주관 단체인 KBO도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야구장도 ‘뉴 노멀’의 시대, 팬들의 성숙한 의식이 사고 없는 야구장을 만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할퀴었다. 당연했던 일상이 당연해지지 않게 되면서 팬들의 ‘직관’ 기회도 사라졌다. KBO가 포스트시즌(PS)에 관중 50%를 받기로 결정하면서 방역 우려가 따랐지만 야구팬들은 예상보다 더 성숙했다. 플레이오프(PO) 3차전까지 PS 5연속 매진에도 방역 사고는 없었다. 직관 문화도 점차 새로워지고 있다.

팬들부터 철저히 지키는 방역의식

KBO는 고척 중립경기를 앞두고 약 2배의 경호인력을 대폭 증원 배치했다. 실제로 경호팀 관계자에 따르면 130명에서 230명으로 100명 가까이 늘었다. 야구장 내에서는 물론 흡연을 하는 공간에서도 인원제한을 둔다. 경호팀 내부에서도 흡연자들의 볼멘소리를 예상했지만 관중들은 별 말 없이 통제를 따르고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방역에 신경을 써야 안전사고를 줄인다는 것이 KBO와 경호팀의 생각이다. 파울 타구가 관중석으로 향하면 보안요원들이 호각을 불며 관중들에게 위험 신호를 전달한다. 일반적으로 마스크를 벗고 호각을 불 것으로 생각하지만, 마스크를 쓴 채 그 밑으로 호각을 넣은 뒤 부는 식으로 경고를 한다. 약간의 비말이 튀는 것도 막겠다는 의도다.

물론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기호 고척돔 경호팀장(28)은 “PO 3차전까지 여섯 분의 관중을 퇴장조치했다. 확실히 정규시즌이었다면 눈감았을 것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관중석에서 몰래 음식물을 먹거나 좌석 거리두기를 위해 붙여둔 테이프를 떼고 지인들끼리 붙어 앉는 사례가 있었다. 보안요원보다 오히려 관중들이 더 불만을 느끼고 문제를 제기한다”며 “팬들의 방역 의식이 확실히 철저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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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응원대신 클래퍼, 팬들의 뉴 노멀

실제로 6명의 팬들이 퇴장당했지만 다른 팬들은 문제없이 야구를 즐기고 있다. 사람인지라 응원하는 팀이 적시타를 쳤을 때 순간적인 탄성을 내지르는 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내 장내 아나운서가 “육성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얘기하고, 또 단상 위의 응원단장도 가장 흥분되는 순간 팬들을 자제시킨다.

김주일 KT 응원단장은 “코로나19 시국에서 팬들의 가장 뜨거운 응원은 오히려 질서, 그리고 방역지침 준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팬들이 함성을 지르지 못하기 때문에 선수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클래퍼 응원”이라고 설명했다. 응원 문구가 적힌 클래퍼를 나눠주면 팬들이 이를 치면서 힘을 전하는 방식이다. 물론 육성응원만큼의 짜릿함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시국에선 이에 대한 만족도 높을 수밖에 없다.

13일 PO 4차전에서 만난 KT 팬 김규호(33) 씨는 “앞선 경기들도 직관을 왔는데 확실히 방역에 대한 의식을 야구 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남은 한국시리즈까지 방역사고 없이 PS가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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