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소형준에게 돌 던지랴…KT와 韓야구, 보석 大형준 얻었다

입력 2020-11-13 2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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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2루 KT 소형준이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고척|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짜릿한 삼진을 잡아도, 아쉽게 실점을 해도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에이스’ 면모는 소형준(19·KT 위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 소형준도 벼랑 끝에서 마운드에 올라 아쉬운 홈런을 맞자 자책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소형준에게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KT, 그리고 한국야구는 올 가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소형준을 얻었다.

KT는 13일 고척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4차전에서 0-2로 패하며 2020년을 마무리했다. 시리즈 1승2패로 몰린 상황에서 선발투수 배제성(2.2이닝 2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을 일찌감치 내리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두산의 저력에 무릎을 꿇었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경기 전부터 소형준의 불펜등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0-0으로 맞선 4회말 2사 2루 최주환 타석 볼카운트 1B에서 소형준을 투입했다. 소형준은 첫 2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볼카운트 3B까지 몰렸다. 4구째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5구 승부에 들어갔지만 143㎞ 속구가 복판에 몰렸다. 최주환은 힘차게 스윙했고 이내 배트를 내려놨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소형준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이 감독이 즉시 마운드에 올라 평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 소형준은 박세혁을 뜬공으로 솎아낸 뒤 4회말을 마쳤다. 호투는 이어졌다. 5회말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고, 6회말에도 선두 박건우가 유격수 심우준의 실책으로 살아나갔지만 실점은 없었다. 말 그대로 에이스 그 자체였다. 축 처진 KT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분투한 건 막내 소형준이었다.

소형준은 나흘 전인 9일 PO 1차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2.1이닝을 더하며 포스트시즌 2경기 9이닝 1실점의 괴력투다. 이 감독은 물론 적장인 김태형 두산 감독도 엄지를 세우는 게 당연했던 투구였다. 비록 시리즈 패퇴하는 결승점을 헌납하긴 했지만 누구도 소형준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소형준의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야 십분 이해되지만 고개를 숙일 이유는 전혀 없다. KT와 한국야구가 올 가을 수확한 가장 큰 열매이기 때문이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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