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괴롭히던 비인기 팀+약체 꼬리표 안녕…KT, 편견을 지우다

입력 2020-11-14 10: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수비를 마친 뒤 KT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고척|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KT 위즈가 2020년을 아쉽게 마무리하게 됐다. 4박5일의 가을야구는 팀 전체에 다시 못 살 경험을 안겨줬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구성원 모두가 지금의 분함을 기억하고 있으니 2021년 이후 더 높은 도약 다짐은 결코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KT는 13일 고척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4차전에서 0-2로 패하며 올해를 마무리했다. 정규시즌 화끈한 타격감을 자랑하며 마지막 날 2위를 차지했지만 PO 내내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이날도 마운드가 두산 강타선을 2실점으로 억제했지만 타자들이 해결해주지 못하자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본 한 해였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KT를 2위로 분류한 이는 없었다. 시즌 초반 하위권에 처지며 이러한 예상이 들어맞는 듯했지만 KT는 6월부터 121경기에서 71승1무49패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승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포스트시즌(PS)에서는 세밀함이 부족했다. 정규시즌은 한정된 자원에서도 버텨왔지만, 가을 타짜들이 가득한 두산을 상대로는 힘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 고생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4차전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선수들이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 선수들 고생했다”며 “팬 여러분들과 함께 목표했던 5강보다 높은 2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PS가 끝났지만 우리 선수들이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거듭 칭찬했다.

PS에서 가장 잘해준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어김없이 ‘팀 KT’를 꼽았다. 아쉬운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우리 선수들은 너무 잘해줬다. 감독으로서 아쉬운 점은 당연히 보완해야겠지만 오늘만큼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PO 4경기 중 3경기에서 매진을 이루는 등 KT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중립구장 경기였음에도 매번 적잖은 팬들이 고척을 찾았고, 가을야구 단골손님 두산의 팬덤과 견줘 응원전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도 “중립경기임에도 많이 찾아와준 팬들에게 감사한다. 성원에 보답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 높은 곳까지 가야했는데…”라면서도 “올해 토대로 내년엔 더 높이 가겠다”고 다짐했다.

비인기 팀, 그리고 약체. 2015년 1군에 진입한 KT가 앞선 5년간 지우지 못한 꼬리표를 한 번에 지워냈다. 이 감독의 말처럼 감독과 프런트, 선수단 모두 아쉬운 점을 냉정히 돌아보고 판단해 보완 방향성을 설정해야겠지만, 일단 그보다 빛나는 2020년을 만든 자신들을 향한 박수가 먼저다. PS의 결과가 아쉽기는 하지만, 그 아쉬운 결과를 만들어 낼 자격은 144경기에서 정규시즌 2위에 오른 KT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날 패배는 분명 비싸긴 해도 값진 수업료가 될 것이다.

KT의 2020년 도전은 끝이 났지만 실패가 아닌 미완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