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인터뷰] KT 로하스가 꺼낸 진심 “KT와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

입력 2020-11-18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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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고척스카이돔 3루 라커룸은 눈물바다였다. KT 위즈가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4차전에서 0-2로 져 탈락이 확정된 순간,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 멜 로하스 주니어(30)도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처럼 로하스는 ‘용병’이 아닌 KT의 가족 중 한 명이다. 아직 복잡다단한 협상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로하스는 진심으로 KT에 남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로하스는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공항에서 만난 로하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쉽지 않은 한 해였지만 잘 치른 것 같다.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진출했고 비록 탈락했지만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승리를 거뒀다. 이를 발판으로 내년에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할 밑거름을 다졌다”고 돌아봤다.

로하스는 출국 전날 배정대(25)를 집으로 초대했다. 로하스는 “원래 얼굴만 보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배)정대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부터 내년을 위한 비시즌 준비 과정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전달하며 시간이 길어졌다. 정대는 내년에 더 좋은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출국이 임박한 순간에도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론하며 고마움을 숨기지 못했다. 또한 1년 내내 자신의 입과 귀가 되어준 통역 이현명(33) 씨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로하스는 “올해 야구단 통역일을 처음 하는 것이지만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였다. 나와 윌리엄 쿠에바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도와준 덕에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들은 물론 주위 스태프에게까지 고마움을 전하는 태도부터 KT가 탈락하는 순간 울컥함을 숨기지 못했던 모습까지. 여느 외국인선수에게 찾아볼 수 없는 한국식 ‘정’이다.

“동료들과 함께한지 4년째다. 모두가 진짜 가족이다. 사실 KS가 목표였는데 PO에서 탈락해 기분이 안 좋았다. PO 4차전 후 동료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자 나도 감정적으로 울컥했다. KT가 하위권일 때부터 함께해 지난해 6위, 올해 PO 직행까지 성공했다. 갈수록 성장하는 팀이라 애정이 더욱 크다. 2위는 원래 목표였던 PS 진출보다 더 큰 성과다. 내년엔 더욱 높은 곳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올 시즌 142경기에서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7을 기록하며 타자로서 최전성기에 올라있는 데다 인성까지 만점이니 KT의 비시즌 최대 과제는 로하스 눌러앉히기다. 쉽지만은 않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로하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8일에도 한신 타이거스가 로하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내용이 현지에서 보도됐다. KT도 파격적인 수준의 조건을 책정해 진심으로 다가갈 입장으로 알려졌다.

“KT가 강팀이 됐듯 나 역시 이 팀에서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성장했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건 평생 남을 행복한 추억이다. 내년에 어디서 뛸지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족들과 상의가 필요하다. 계속 KT 유니폼을 입는다면 팬 성원에 다시 한 번 보답하고 싶다. 만약 그렇지 못해도 꼭 수원을 찾아 팬들과 시간을 보내겠다. 이 말이 ‘헤어지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당장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KT 유니폼을 계속 입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크다. 솔직히 내년 한 해뿐 아니라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

이제 야구선수가 아닌 아빠 로하스로 돌아가 생후 14개월 아들과 함께 할 생각에 로하스의 표정은 밝았다. 과연 KT 팬들은 이 표정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로하스도, KT도 의지는 충분하다.

인천국제공항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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