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두산만큼 절실한 NC 나성범의 ‘라스트 댄스’

입력 2020-11-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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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라스트 댄스. 1997~1998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왕조의 끝자락을 스케치하며 농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다큐멘터리 제목이다.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올 선수만 최대 9명에 달하는 두산 베어스의 발걸음은 불스의 마지막과 비교된다.

올 가을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꿈꾸는 것은 두산만이 아니다. 평생의 꿈인 해외진출 기회가 눈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KS·7전4승제)까지 제패한다면 까까머리 대졸신인 때부터 함께한 팀과 ‘뜨거운 안녕’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다. 나성범(31·NC 다이노스)의 올 가을을 임하는 자세가 조금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성범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S 1차전에서 5-3으로 승리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쁘다”는 말만 거듭 반복했다. 정규시즌 9타수 무안타로 약했던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3안타를 뽑아낸 것, 4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한 것, 팀의 KS 첫 승에 앞장선 것을 차례로 물었지만 결국은 “기쁘다”는 대답이었다. 스스로도 “계속 같은 대답만 하는 것 같다”고 머쓱해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나성범은 올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자격을 얻는다. 해외 언론에서도 김하성(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나성범의 메이저리그(ML)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를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KBO리그 중계를 시작한 ESPN에서 유독 NC 경기가 자주 배정됐다. 해외 스카우트의 시선이 나성범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돌이켜보면 에릭 테임즈(FA)가 밀워키 브루어스로 ‘역수출’될 때도 밀워키 스카우트는 마산을 찾지 않았다. ML 다른 구단들의 스카우트가 마산에 운집했지만, 테임즈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 팀은 밀워키였다. 영상으로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 ESPN을 통해 이미 많은 스카우트가 나성범의 플레이를 세세히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욱 NC 감독도 “해외진출은 (나)성범이가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던 꿈이다. 올 가을을 앞두고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활약을 기대했다.

NC의 올해 정규시즌 우승은 창단 첫해인 2011년 가을 강진 캠프에서 함께한 멤버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 더 값지다. 나성범을 비롯해 박민우, 노진혁, 원종현, 강진성, 김진성 등이 열악한 강진에서 함께 시작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나성범도 이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올 가을 나성범은 정상에서 멋지게 꿈을 향해 도전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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