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1사 두산 김재호가 우전 안타를 쳐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김재호는 올해 KS 4경기에서 타율 0.583(12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언제나 수비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에만 집중했던 그는 18일 2차전에서 데뷔 첫 KS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KS 37경기 만에 아치를 그리며 최다경기 출장 첫 홈런 신기록을 썼다.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친구들이 그동안 해줬던 역할을 한 번 욕심내봤다.” 2차전 후 김재호의 말처럼 사실 두산의 가을 주역은 언제나 다른 이들이 도맡았다. 가을 냄새만 맡으면 변하는 정수빈, 오재원, 오재일, 양의지(현 NC)는 물론 마운드에서도 더스틴 니퍼트, 조쉬 린드블럼, 유희관 등이 시리즈를 빛냈다. 김재호는 늘 이들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건실함을 드러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김재호는 욕심을 냈고, 홈런을 쳤다. 바꿔 말하면 욕심을 내면 타석에서도 해결사 역할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의미다.
이처럼 올 가을은 다르다. 김재호는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물론 모든 타자들이 미쳐있는 가운데 김재호가 펄펄 나는 게 최상의 그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두산의 KS 팀 타율은 0.228에 불과한데 김재호 홀로 고감도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21일 4차전에선 팀이 때려낸 3안타 모두가 김재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그의 기록을 제외하면 팀 타율은 0.191까지 떨어진다. 2·3차전에서 잇달아 데일리 MVP를 수상한 그는 “이제 할 만큼 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뒤 “팀이 마지막에 웃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산 타자들이 김재호의 분투에 응답할 차례다.
KS 최다출장 첫 홈런 신기록. 경기 후 이를 전해들은 당사자는 머쓱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KS에 37경기나 나선 이만 누릴 수 있는 훈장이기도 했다. 김재호가 묵묵히 쌓아올린 기록은 너무도 화려히 빛나고 있다. 그렇게 김재호는 어엿한 가을의 주연이 됐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