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에서 경쟁자로…벌써 시작된 KT 고영표·심재민 효과

입력 2020-11-2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든든하다". KT 고영표(왼쪽)와 심재민을 지켜보는 이강철 감독의 생각이다. 아직 변수는 있지만 이들은 잠재적 선발후보로 2021년 KT 마운드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사진제공|KT 위즈

"든든하다". KT 고영표(왼쪽)와 심재민을 지켜보는 이강철 감독의 생각이다. 아직 변수는 있지만 이들은 잠재적 선발후보로 2021년 KT 마운드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사진제공|KT 위즈

“그리워만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아직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KT 위즈는 2021시즌 마운드에 든든한 전력보강을 했다. 주인공은 군 복무를 마친 고영표(29)와 심재민(26)이다. 입대 전 하위팀 KT의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왔던 자원이기 때문에 기대를 갖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 탄탄히 잘 만든 몸도 이러한 기대에 불을 지핀다. 밑그림과 경쟁이라는 무형의 효과까지 있다.

고영표와 심재민은 11월 KT 마무리캠프에서 훈련 중이다. 둘 모두 사회복무요원 기간 내내 휴가를 아꼈고 전역이 임박한 시점에 이를 몰아 썼다. 9월 1일 소집해제한 심재민은 8월, 11월 23일 소집해제한 고영표는 10월말부터 팀에 합류해 몸을 만든 바 있다. 전력에 가까운 투구가 가능한 몸 상태를 갖춘 이유다.

19일 익산으로 내려와 이들의 투구를 직접 본 이 감독은 연신 “든든하다”고 칭찬했다. 22일에는 고영표의 불펜피칭을 지켜보며 연신 혀를 내둘렀고, 박승민 투수코치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불펜피칭 정도만 봤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긴 어렵지만, 이 감독은 일단 지금 시점에 몸이 완성에 가깝다는 점에 엄지를 세웠다. 이 감독은 “항상 (고)영표와 (심)재민이가 아쉽고, ‘언제 오나’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고 싱글벙글했다. 또 다른 KT 관계자도 “등번호 1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영표를 보면 왜 이리 뭉클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인 옥석 가르기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이 감독은 고영표와 심재민도 2021시즌 잠재적 선발후보로 고민 중이다. 입대 전 KT의 원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던 고영표는 당연하고, 심재민 역시 볼이 빠르지 않지만 제구와 운영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지난 2년간 KT의 ‘제3자’였던 이들은 잠재적 경쟁자가 된 셈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두 명에 소형준, 배제성까지 선발진이 확실했던 KT이기에 이들의 가세는 내년 구상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감독은 올 시즌 고졸신인으로 정규시즌 133이닝을 소화한 소형준의 내년 활용을 고민 중이다. 올해처럼 등판간격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고영표와 심재민의 존재는 더욱 커진다. 이 감독은 이들의 입대 전보다 강해진 타선, 안정된 수비를 근거로 더 나은 성적을 점치고 있다.

여기에 어느새 중고참이 된 이들은 후배들에게도 좋은 거울이 된다. 심재민은 8월부터 팀에 합류해 이미 2군 선수들 여럿과 친해졌다. 최근 합류했지만 고영표 역시 자신이 떠난 사이 입단한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 감독은 옆구리 투수 이강준에게 “영표에게 투구부터 평소 루틴, 운동까지 배웠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이강준 역시 이를 기회로 삼아 그림자처럼 선배를 따라붙고 있다. 이외에도 안현준, 지명성 등 옆구리 투수들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는 모습은 KT가 기대한 것 이상의 효과다.

아직 전역 후 1구도 던지지 않았지만 고영표와 심재민의 합류는 2021년 이후 KT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익산|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