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후조리원’ 최수민 “일흔 셋 황혼의 도전…아들 차태현 응원 덕”

입력 2020-11-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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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최수민은 애니메이션 ‘영심이’와 ‘달려라 하니’의 나애리 역으로 시청자 귀에 친숙하다. 사진은 카메라 앞에서 첫 연기를 펼친 드라마 ‘산후조리원’ 속 모습. 사진제공|tvN

성우 최수민은 애니메이션 ‘영심이’와 ‘달려라 하니’의 나애리 역으로 시청자 귀에 친숙하다. 사진은 카메라 앞에서 첫 연기를 펼친 드라마 ‘산후조리원’ 속 모습. 사진제공|tvN

tvN ‘산후조리원’서 처음으로 연기 도전한 성우 최수민

카메라 켜지면 머리 하얘져 NG
아들이 ‘화면에만 충실해’ 조언
칭찬만 해주니 하늘을 나는 기분
후배 성우들 다양한 도전했으면
“차태현 엄마요? 이젠 ‘신인 연기자’로 불러주세요. 호호호!”

성우 겸 연기자 최수민(73)의 쑥스러움 가득한 웃음이 전화기 너머에서 울렸다. 목소리는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속 베테랑 간호사 안희남 그 자체였다. 종영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주변에서 온통 칭찬만 해주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 전화인터뷰를 하게 된 것을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 말할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감격’에는 이유가 있다. 1969 년 TBC 공채 성우로 데뷔해 51년 동안 목소리 연기를 펼치며 아들 차태현을 인기 배우로 길러냈지만, 정작 자신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 올해 초 한국성우협회가 보내온 “60 대 이상에 아역 목소리 연기한 분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연다”는 문자메시지가 변화의 시작이 됐다.

“처음엔 안 하려고 했어요. 나이 들어 대사도 못 외울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캐스팅디렉터가 ‘한 번만 뵙자’며 전화를 해왔어요. 고민이 돼 (차)태현이에게 물었더니 대번에 그러데요. ‘왜 안 해요? 꼭 해요!’ 남편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런 영광이 어디 있어요? 난 당신이 재능을 펼치는 게 정말로 좋아요’라고 말이죠.”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차태현과 남편인 차재완 전 KBS 음향감독의 전폭적인 응원 덕분에 용기를 내어 출연을 결심했다. 물론 첫 연기이기에 힘든 순간도 있었다. “카메라가 켜지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바람에 NG도 몇 번이나 냈다.

“현장에서 다른 출연자들의 연기나 연출자인 박수원 PD의 표정을 살펴보면서 감을 잡으려 노력했어요. ‘대선배’인 태현이도 많은 도움이 됐죠. 제게 ‘엄마, 실수는 당연한 거야. NG를 두려워하지 말고, 화면에만 충실해요’라고 조언해주었어요. 뭔가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점차 이야기에 빠져드니까 어느 순간엔 카메라 앞에 ‘나’로 서있더라고요.”



그렇게 깨달은 ‘연기의 재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좋은 캐릭터로 불러준다면 언제든 나가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70대의 나이로 새 도전에 나선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후배 성우들이 저의 도전을 다양한 길로 가는 마중물로 여겨줬으면 해요. 그런 마음으로 후배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저를 응원해준 걸 잘 알거든요. 그리고 ‘황혼의 도전’을 망설이는 또래 분들께도 말하고 싶어요. 우리, 나이 때문에 가만히 있진 말자구요. 저도 했잖아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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