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정 연출 ‘시흥풍류’, 유튜브에서 인기 역주행

입력 2020-11-30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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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주최한 국악 콘서트, 유튜브 공개되며 재관심 받아
아쟁 연주자 정미정 총기획·연출 … 1부 오프닝 공연도
아쟁과 재즈 트리오의 만남, ‘황홀한 12분짜리 썸머타임’ 연주
뮤지컬배우 쏘냐, 소리꾼 전태원, The 놀자 등 참여
“시흥 시민 여러분과 무대에서 함께 했다면 보다 더 멋진 콘서트가 되었을 텐데 …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쟁 연주자인 정미정(45)씨는 ‘아쟁의 에반젤리스트’, ‘아쟁의 프론티어’, ‘영혼의 소리를 노래하는 연주자’로 불린다. 정씨가 연주하는 아련하면서도 애절한 아쟁의 소리는 듣는 이들의 까칠한 마음을 어느새 촉촉이 적셔준다.

특히 재즈, 어쿠스틱, 크로스오버와의 장르 경계를 허문 대담한 컬래버레이션은 정씨의 아쟁 연주세계를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정씨의 1집 ‘월련, 달 그리다’와 2집 ‘MOON’에서 그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주를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음악 팬들은 유튜브를 통해 정미정씨를 소환해냈다. ‘국악으로 힐링 국악콘서트-2020 시흥 풍류’의 공연 영상으로 10월 27일에 열린 국악 콘서트다. 시흥시가 주최한 이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치고 힘든 시흥 시민의 일상을 국악의 멋과 흥을 통해 위로하고자 기획됐다. 공연은 비대면 콘서트로 진행되었고, 유튜브 영상은 한 달 뒤인 11월 23일에 업로드됐다.

정미정씨는 ‘2020 시흥풍류’의 총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정씨는 “시흥시 지역 예술가와 함께 꾸미는 국악 콘서트로 기획, 연출했다”고 했다. 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1부의 문을 연 아티스트도 정미정씨였다.

정씨는 오프닝 공연에서 ‘어텀 리브스(Autumn Leaves·고엽)’, ‘썸머타임(Summer Time)’, ‘갈까보다’ 세 곡을 재즈 피아노 트리오(피아노 오환희, 베이스 허진호, 드럼 이광혁)와 협연했다. 정씨의 아쟁과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협연은 낯설지 않은데, 정씨의 대표곡인 ‘달의 노래’와 ‘Moon’에서 이미 이 조합으로 멋진 음악을 들려준 바 있다.

‘어텀 리브스’와 ‘썸머타임’은 재즈의 스탠더드 넘버로 대중의 귀에 익숙한 곡. 하지만 보컬의 자리를 아쟁이 대신하니 완전히 다른 곡처럼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정미정씨의 협연을 들을 때마다 아쟁이 가진 소리의 범용성에 놀라게 된다. 홀로 연주될 때의 소리도 좋지만 다른 악기와 협연할 때는 마치 손과 손이 깍지를 끼듯 딱 들어맞는다. 재즈 트리오만 해도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합주뿐만 아니라 각 악기와의 이중주에서도 어색함이 조금도 없다.

현악기의 비올라처럼 중성적인 소리를 내면서 다른 악기들에 스며드는가 싶다가도 고음부를 연주하는 바이올린처럼 화려하게 비상할 때는 쾌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썸머타임’은 연주시간만 12분에 달하는 대곡이었다. 아쟁이 느짓하게 주제선율을 연주하고 나면 템포가 급변한다. 피아노의 경쾌한 컴핑을 타고 다시 아쟁의 등장. 주제에 대한 아쟁의 황홀한 변주를 듣고 있으면 연주자가 재즈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깊은 예술가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정미정씨는 “국악과 재즈는 즉흥적인 연주라는 점에서 닮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어텀 리브스’와 ‘썸머타임’을 고른 이유에 대해서는 “두 곡이 재즈곡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아쟁선율에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썸머타임’의 연주시간이 12분이나 되는 것도 국악, 재즈의 즉흥성과 관련이 있다. 정씨는 “재즈트리오와의 편곡은 원곡을 바탕으로 연주자들의 음악적 역량에 따라 자연스레 편곡이 이루어지게 된다. 악기별로 연주자의 음악이 자유로움 속의 질서로 만나 어우러진다. 정해진 악보상의 편곡이 아니라 연주를 맞추면서 곡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세 번째 곡인 ‘갈까부다’는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으로 소리(전태원)와 아쟁, 재즈 트리오가 만나 시나위적인 즉흥음악으로 연주됐다.

‘2020 시흥풍류’는 정미정씨 외에도 뮤지컬배우 쏘냐, 시흥시 연화무용단, 연희놀이터-The 놀자 등이 참여해 ‘여령무(독무-최진아)’, ‘칠채(가야금-최진)’, ‘교방입춤’, ‘판굿(연희놀이터-The 놀자’ 등을 선보였다.

아쟁연주자 정미정씨는 지금까지 20여 회가 넘는 독주회를 비롯해 러시아 현지 협연, 차이코프스키음악원·대만국립예술대학 교류연주, 독일·루마니아 등 해외 연주를 통해 우리나라의 아쟁을 알려 왔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9호 한일섭제 박종선류 아쟁산조 이수자로 현재 성남시립국악단원 및 음악학 박사로서 음악연구와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제1집 ‘월련, 달 그리다’, 2집 ‘MOON’, CCM ‘나의 사랑 아버지’ 음반을 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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