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본시즈오카현 한국인연합회 황혜자 회장 “한일 경제활성화, 한인회가 앞장”

입력 2020-12-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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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출신으로 재일본시즈오카현 한국인연합회 제2대 회장에 올라 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황혜자 회장. 그가 바라는 것은 회원들과 협력해 재외국민을 보호하고 한일 경제·문화교류를 통해 한인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재일본시즈오카현 한국인연합회 황혜자 회장이 꿈꾸는 소통과 화합

뉴커머 정착 지원·여행객 불편 해결 노력
한일 체육교류 기여 스포츠진흥대상 수상
“재일한국인 고충 해결하는 단체가 되겠다”
“신정주자(뉴커머·19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일본에 정착하기 시작한 사람들)를 중심으로 한인회 원로이신 구정주자 동포들을 어른으로 섬기고 존중하면서, 한인회 회원들과 협력해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건전한 교류를 통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장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6년 4월 2일 발족한 재일본시즈오카현 한국인연합회(이하 시즈오카 한인회)는 재일동포 징용 1세대가 집중되어 있는 시즈오카현 시미즈의 조용한 시골 지방도시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재일한국인의 친목과 권익을 옹호하고 한인사회의 화합과 번영을 도모하는 한편 한일교류와 지역경제발전에도 기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시즈오카 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황혜자(57) 회장이다. 한인회의 부회장 겸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황 회장은 1대 회장이 물러나면서 임원진의 만장일치로 제2대 회장에 취임했다. 재일본한국인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을 30여 년 이상 해오고 있는 황 회장은 이들의 생활체육 향상을 적극 지원하고 한국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위한 정보 및 인적 네트워크 제공, 한국에서 일본으로 경기를 하러 오는 어린이 및 성인 스포츠팀을 돕는 등 한일 체육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1월 11일 스포츠동아가 주최한 2020 코리아스포츠진흥대상 ‘글로벌스포츠리더’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 관동 동해지역에 속한 시즈오카현에는 약 370 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이 중 한국인은 2000명 정도이다. 조총련을 포함하면 3500여 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황 회장과 시즈오카 한인회는 지역사회와의 이해증진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한일 및 대외적인 경제·문화교류를 지속하는 한편 지역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재일한국인의 일본정착을 위한 안내, 상담, 중재, 건의 등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며 24시간 생활상담센터도 운영 중이다.

충남 논산 출신인 황 회장은 한국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개인 부띠끄를 운영하고 있었다. CF, 영화 의상을 제작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고 연예인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건너가 의상을 공부하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롯데백화점에 숍을 여는 등 패션 관련 사업을 하다가 다시 도일했고 일본 친구의 도움으로 시즈오카현에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황 회장은 “시즈오카에서만 25년, 공부한 것까지 포함하면 일본생활이 벌써 30년이 넘었다”며 웃었다.

황 회장이 시즈오카현의 한인사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민단 시미즈지부에서 사무부장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부터다. “시즈오카 현은 일본 내에서 한국과의 인연이 제일 깊은 곳으로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매우 우호적이다. 충청남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조선통신사 600년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황 회장이 특히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 사람들은 신정주자, 뉴커머들이다. 신정주자들은 앞으로 한인회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나가야 할 세대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뉴커머들의 힘든 일본정착 생활을 이해하고 말로만 하는 봉사가 아닌, 제대로 된 인간적인 참된 소통과 화합으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한중 자녀들이 있는 국제 다문화 가정도 황 회장의 관심사이다. 이들의 고민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고, 지역경제활동은 물론 나라간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한인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황 회장의 바람이다.

황 회장은 “서로를 음해하고 한국인끼리 무시, 차별하는 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체장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며 편 가르기를 하는 단체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한인사회에 따끔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단체장이라면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말 한마디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지를 명심하고 늘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시즈오카 한인회의 활동은 폭이 넓고 다양하다. 현지 한인들의 고충 해결은 물론 한국 여행객의 불편사항, 사건사고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후지산 자살숲이란 곳을 인터넷을 통해 알고 찾아온 한국 젊은이들, 요식업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와 장기이식 사건에도 적절히 대응했다. 황 회장은 “하마마츠 어린이 유괴사건 때는 부산에서 무작정 일본에 찾아온 한국인 아버지가 중국인 엄마의 친구 집에 맡겨진 아들을 찾기 위해 벌인 난투극을 직접 나서 해결한 적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 시즈오카현 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신변의 위험을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밖에도 시즈오카 한인회는 사업과 연간행사로 한글교육, 한국인의 민족 정체성과 우리말 배우기를 시행하는 등 재외동포 차세대를 위한 교육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재외국민 보호는 물론 재외동포 단체와도 교류하며 재일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더욱 더 발전하는 시즈오카현 한국인연합회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시즈오카 한인회에 대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박해준 해외통신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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