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주니어야구단 정진우 감독의 바람 “부족한 선수 아닌 보탬 되는 선수가 되길”

입력 2020-12-03 15:2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야구부가 있는 초·중·고교에 입학해 이른바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엘리트 교육을 받기 위해선 엄청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은 선수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야구부 테스트에 합격하는 과정 자체가 험난해 다른 길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소년야구클럽에서 활동하다 프로선수가 된 김이환(한화 이글스)과 2020시즌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20번)에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은 최승용은 엘리트 교육 체계에서 성장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2014년 창단한 영등포주니어야구단은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꿈나무들이 동기부여를 얻고 꿈을 키울 수 있게끔 돕는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11월 28일 끝난 ‘한국리틀야구연맹 2020 U-15(15세 이하) 전국 주니어야구’ 전반기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창단 때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정진우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 결과 영등포주니어야구단은 2016년 2관왕,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3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강팀이 됐다. 좌·우 87m·중앙 105m 크기의 전용구장(영등포구 갈대구장)도 보유했다. 지난해 중반까지도 축구장에서 훈련을 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야구장에서 마음 놓고 뛸 수 있게 됐다.



정 감독은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야구에 대한 목마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 애쓴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야구부가 있는 초·중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은 선수들, 중학교와 리틀야구 시절 그만뒀던 선수들이 입단해 더 많이 훈련하고 기본기를 다져서 야구부가 있는 고교에 진학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학교에 입학할 때 ‘테스트 못 본다’는 말을 들으면 끝나는 줄 안다. 하지만 우리 팀에서 뛰는 선수들은 다 연맹에 선수등록이 가능한 친구들이다. 엘리트 야구부에서 안 받아줘도 우리 팀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중학교 졸업 예정 5명이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다. 홍승규(서울디자인고), 홍석진, 임선규(서울 우신고), 김정민(우신고), 최세빈(충훈고) 등이다. 아픔을 겪은 선수들이 기량을 갈고 닦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정 감독은 “정원 15명을 넘지 않는 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돕는다. 그래야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선수들이 ‘부족한 아이들’이 아닌, 어디서든 팀에 보탬이 되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