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사극영화…‘자산어보’ ‘한산’만 믿는다

입력 2020-12-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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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왼쪽)-‘한산: 용의 출현’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롯데엔터테인먼트

내년 사극영화 라인업 두 편 뿐?

한국영화 다양성 보여주지만
높은 제작비에 촬영장소 한정
코로나 겹쳐 손익분기점 고민
배우 설경구와 변요한이 주연영화 ‘자산어보’를 내년 2월 공개할 예정이다. 조선시대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이 청년 어부와 우정을 쌓아가며 ‘자산어보’를 써내려가는 이야기다. ‘황산벌’ ‘왕의 남자’ ‘사도’ 등 일련의 사극영화로 관객의 지지를 얻어온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다. 2014년 1700만 관객을 모으며 최고 흥행작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새롭게 나서는 ‘한산:용의 출현’(한산)과 함께 내년 한국영화 라인업을 채운다.

배우 매력에 역사적 재해석 시선까지
3일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1 월10일 기준으로 개봉을 준비 중이거나 제작 중인 사극영화는 ‘자산어보’와 ‘한산’, 단 두 편뿐이다. 오랜 시간 관객의 사랑으로 위상을 굳힌 사극영화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올해에도 ‘소리꾼’과 ‘검객’만이 선보였다.

사극영화는 2005년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2010년대 들어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명량’ 등 1000만 관객을 모은 작품은 물론 ‘최종병기 활’(2011년) ‘관상’(2013년) ‘사도’(2014년) 등으로 뚜렷한 흥행세를 그렸다. 2014년에는 ‘명량’과 함께 ‘해적:바다로 간 산적’ ‘군도:민란의 시대’가 여름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또 2011년 선보인 ‘조선명탐정’은 3편까지 이어지는 시리즈영화로 자리 잡았다. 이후로도 2016년 ‘고산자, 대동여지도’ ‘봉이 김선달’, 2017년 ‘남한산성’, 2018년 ‘안시성’ ‘명당’ ‘창궐’, 지난해 ‘천문:하늘에 묻는다’와 ‘나랏말싸미’ 등 매년 다섯 편 안팎의 영화가 나왔다.

이처럼 사극은 꾸준히 제작되며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떠받치는 또 다른 토대가 됐다. 때로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를 재해석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의 매력을 확인하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비교적 높은 제작비 규모의 부담에 감염병까지”
하지만 관객은 이제 극장에서 사극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영화계는 이런 양상이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제작비 부담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 상업영화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그해 실질개봉작 190편 가운데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영화 45편의 평균 제작비는 76억3000만원이었다. 2015년 37억4000만원, 2016년 66억5000만원, 2017년 73억3000만원. 2018년 79억원 등 상승세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극의 경우 전체 제작비 규모 중 의상, 미술, 특수효과 등 비중이 현대물보다 크다. 투자배급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3일 “수염을 붙이고, 시대적 배경에 맞는 의상을 갖춰 입어야 하는 등 촬영 기간 역시 길어지는데다 촬영장소도 한정되어 있다. 그만큼 관련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비 규모 만큼 관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손익분기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제작비 투자와 회수 등 영화 제작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상황도 어려움을 더한다. 한 제작 관계자는 “신규 제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먼 과거의 특정 시대로만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의 묘미가 있다. 이를 풀어낼 만한 구조적 환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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