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악의 2020년 보낸 키움, 마무리는 달라야 한다

입력 2020-12-13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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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성적에 상관없이 최악의 한 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년 키움 히어로즈가 연말까지도 복잡한 소식을 팬들에게 전하고 있다. 과거 팀을 이끌던 베테랑 외야수 이택근(40)과 진실공방이 당분간 지루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이택근은 올 시즌 후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만 40세의 나이에도 대만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였지만, 6월 9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로는 더 이상 1군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구단과 심상치 않은 마찰이 시즌 내내 빚어진 것이 최근 알려졌다. 이택근은 11월말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선수가 구단을 상대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발단은 허민 키움 구단 이사회 의장의 퓨처스(2군) 팀 등판이었다. 허 의장은 지난해 6월 고양야구장에서 키움 선수들을 불러놓고 투수로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이 장면을 당시 고양야구장을 찾은 한 팬이 촬영했고, 이 영상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허 의장의 ‘야구놀이’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허민 키움 구단 이사회 의장. 스포츠동아DB


이택근은 징계요구서에서 “구단이 영상을 촬영한 팬을 CCTV로 사찰했고, 영상 제보 여부와 그 배후를 말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키움 구단은 9일 “구단은 CCTV를 보안 점검 차원에서 본 것”이라며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에서 영상을 촬영한 것이라 확인했을 뿐이다. 이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택근과 구단이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진실공방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이다.

올해 키움은 유독 시끄러운 소식을 전하는 팀이다. 손혁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대표이사의 돌연 사임, 이택근과 진실공방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다. 성적과 상관없이 구단 자체에 이미 큰 흉터가 남았다.

문제는 항상 그랬듯 이번에도 마무리다. 키움은 내부문제에 있어 늘 주먹구구식 대응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슈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팀이다. 그런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도 또다시 불미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선택은 키움의 몫이다. 또다시 같은 방식으로 흐지부지 넘어가려 한다면, 키움의 2021년 또한 올해의 반복이기 십상이다. 내부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짓는 것만이 투명한 구단 운영의 원년을 앞당길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조차 못하는 팀이 ‘V1’을 외치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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