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된장찌개에 밥 먹자” 그렇게 식구가 되어간다

입력 2020-12-16 15:1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한 그릇 공기밥 같은 따뜻한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올해 새로운 넘버·이야기 보완… 단단해진 만듦새
27일까지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공연


한국사람에게 밥은 대체불가의 단어다. 밥은 서양사람의 주식인 빵과 다르다. 빵은 그 자체로 독립적이지만 밥은 밥을 넘길 수 있는 짠 반찬과 국물류를 아우른다. 빵집에 가면 빵만 팔지만 밥집에서 공깃밥은 추가의 대상일 뿐이다.

그뿐인가. 밥은 관계까지 포괄한다. 밥 한 그릇의 온기는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하고 손처럼 섬세해 관계의 굳어진 근육을 풀어준다.



서울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12월 27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밥 같은 작품이다. 2011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처음 선을 보였으니 어느덧 10년차 ‘중견뮤지컬’이 되었다. 뮤지컬 팬이라면 이 해 충무아트홀에서의 서울 초연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 등장한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에 마니아들이 그야말로 무섭게 열광했다.

식구(食口)의 원래 의미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식구는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인 가족과 다르다. 가족은 식구일 수 있지만, 식구가 꼭 가족이란 법은 없다.



‘식구를 찾아서’는 강원도 산골에 사는 박복녀, 지화자 두 할머니가 굽은 허리를 펴듯 서로의 마음에 느리게 스며들며 식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를 따뜻하면서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어느 가을날, 꽃분홍 양말에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지화자 할머니가 몽(개 이름), 냥(고양이 이름), 꼬(닭 이름)와 함께 사는 박복녀 할머니의 집에 들이닥치면서 극은 시작된다. 지화자 할머니는 “노인병원으로 온 아들 편지의 주소가 이곳”이라며 “내가 이 집 주인의 엄마”라고 우긴다. 지화자 할머니를 내보내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소용이 없자 결국 두 사람은 아들을 찾기 위해 함께 나서게 된다.

밥은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이자 상징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공간 속으로 무작정 침입한 지화자 할머니를 외면한 채 혼자 밥을 해먹던 박복녀 할머니지만 극의 후반이 되어서는 “된장찌개 하나 해서 밥 먹자”며 살가워진다. 그렇게 식구가 되어간다.


지화자 할머니가 박복녀 할머니에게 화장을 시켜주며 부르는 넘버 ‘넌 아직 예뻐’는 애틋하고 정다워 여운이 길다.

올해 ‘식구를 찾아서’는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음악에 손을 댔다. 기존 곡을 수정하고 캐릭터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넘버를 추가했다.


몽, 냥, 꼬 반려동물 삼총사의 움직임을 좀 더 역동적으로 구성했고 이야기의 흐름도 보완해 만듦새를 단단하게 했다.



차선희, 백현주가 박복녀 할머니, 김동순과 유정민이 지화자 할머니를 연기한다. 백현주와 유정민은 ‘식구를 찾아서’를 장기간 이끈 안방마님들. 유정민은 초기 제작단계부터 지화자 캐릭터를 만든 원년멤버다. 여기에 박승원, 강대진, 강산하가 새롭게 반려동물 삼총사를 맡았다.

‘식구를 찾아서’는 “언제 밥 한번 먹자”를 “내일 밥 먹자”로 바꿔주는 뮤지컬이다. 몸은 떨어져도, 마음은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해주니 요즘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 오히려 더 추천하고 싶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