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역전극’, 세계랭킹 1위 저력 보여준 고진영·상금왕 2연패

입력 2020-12-21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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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투어 복귀가 늦어지면서 시즌 최종전 출전 자격 획득조차 불투명했다. 지난 주 끝난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가까스로 나선 마지막 대회. 3라운드까지 선두와 1타 차 단독 2위였다. 최종전 티켓을 극적으로 따냈듯 2020년 마지막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승부에서 역전 우승에 성공하며 ‘세계랭킹 1위’의 저력을 맘껏 뽐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고진영(25)이 21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2020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32억8000만 원)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해 공동 2위 김세영(27·미래에셋증권)과 한나 그린(호주)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이자 통산 7승을 수확하며 우승상금 110만 달러(12억 원)을 손에 넣었다. 한 달 동안 단 4개 대회만 뛰고도 시즌 상금 166만7925달러(18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11번 홀
최종 결과는 5타 차 여유있는 우승이었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김세영에 1타 뒤진 12언더파로 출발한 고진영은 1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김세영의 5번(파3) 홀 보기로 단독 선두가 된 뒤 6번(파5) 홀에서 나란히 1타를 줄이는 등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9번(파4) 홀에서 보기에 그치고, 김세영이 파를 기록하면서 다시 13언더파 공동 1위가 됐다.

사실상 우승상금 110만 달러의 주인공을 결정한 것은 11번(파4) 홀이었다. 김세영의 드라이버 티샷은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나 오른쪽으로 향했고, 고진영의 티샷 역시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둘 다 세컨 샷이 쉽지 않았다. 고진영은 그린을 넘어갔고, 김세영은 미치지 못했다. 결국 퍼팅에서 희비가 갈렸다. 김세영이 먼저 6m 파 퍼트에 실패해 보기로 홀아웃했을 때, 고진영은 약 4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기고 있었다. 라인이 쉽지 않아보였지만, 고진영의 퍼트는 그림처럼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11번 어려운 파 세이브에 성공한 고진영은 12번(파3) 홀부터 14번(파5) 홀까지 3연속 버디에 성공하며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고, 마침내 16번(파3), 18번(파4)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5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믿기지 않는 우승, 상금은 미국에 집 사는데 보탤 것”
올 시즌 첫 출전한 11월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공동 34위에 머문 고진영은 이어진 발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에서 5위를 차지했다. VOA 클래식을 마친 고진영의 CME 글로브 레이스 랭킹은 105위였다. 상위 70위에게만 주어지는 최종전 티켓을 따기 위해선 순위 상승이 필요했다. 지난 주 US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순위를 단숨에 45위로 끌어올려 출전권을 손에 넣었고, 우승까지 차지하며 CME 글로브 레이스 챔피언에도 등극했다.

지난 주 US여자오픈 준우승 상금(48만7286달러)에 110만 달러를 보태 1주일 사이에 총 158만7286달러(17억4400만원)를 벌고, 상금왕 2연패에 극적으로 성공한 고진영은 “투어에 복귀할 때만해도 최종전에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내가 (우승을) 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상금은 미국에 집을 사는데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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