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삼성화재의 리빌딩과 신장호의 성장

입력 2020-12-28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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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신장호.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 유니폼에는 V리그 최다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상징하는 8개의 별이 있다. 물론 화려한 과거만 되돌아봐선 발전이 없다. 발을 내딛고 있는 현실도 봐야 한다. 삼성화재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7년 전이다. 최근 2시즌은 4위, 5위였다. 올 시즌 성적은 더 뒤로 밀려있다. 리빌딩 속에서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6위(28일 현재)다.

다행히 희망의 불빛은 봤다. 경로를 바꾸지 않고 불빛을 따라간다면 끝에 다다를 것이란 믿음은 있다. 2년차 레프트 신장호(24)는 이런 팀의 전조등 같은 선수다. 2년 전 신인드래프트 때 수련선수 바로 앞인 4라운드 4순위로 지명됐다. 입단 첫해 원포인트 서버로만 출전해 12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큰 기대가 없는 첫 시즌이었기에 평균적인 V리그의 선수였다면 이번 시즌 후 배구선수생활을 계속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희진 감독은 시즌을 앞둔 준비 과정에서 그의 이름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절박한 심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땀을 믿었고, 그의 영어이름처럼 ‘미러클’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신장호는 입단동기인 김동영과 중부대학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때도 있었지만, 무릎 부상을 당했다. 부상 이후 좌절해 한동안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지내다보니 몸도 불었다. 삼성화재는 이런 신장호에게서 가능성을 봤다.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체중을 빼서 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 달간 무려 7㎏을 빼고 나타났다. 선수로서 하겠다는 의지를 높이 산 삼성화재는 결국 약속대로 지명했다.

1년의 준비과정을 거친 뒤 고 감독은 출전 기회를 줬다. 첫 경기부터 인상적이었다.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3-2 대역전승을 거둔 시즌 첫 경기. 신장호는 5세트에 기적을 만들었다. 한국전력이 맹추격하던 12-11에서 퀵오픈에 이어 박철우의 공격을 차단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고작 4득점(1블로킹)이었지만, 그의 담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차츰 출전 기회를 늘려간 2라운드에는 70득점, 69%의 공격성공률로 지난 시즌 신인왕 정성규를 제치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아직은 경험이 모자라 꾸준하지 않지만, 최근 3경기에선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상대팀을 긴장시켰다. 빠른 스윙과 배짱이 돋보이는 공격, 강한 서브로 투지 넘치는 삼성화재의 새로운 배구를 상징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고 감독은 신장호가 가야 할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대한항공 정지석의 초·중학교 1년 후배다. 부천 소사초~소사중 시절 함께 배구를 했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고 감독은 “너도 정지석처럼 V리그 최고의 레프트가 될 수 있다”며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되돌아보면 정지석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 막판 선배들의 체력관리를 위한 보조 리시버로 시작해 공격, 서브, 블로킹 등의 기량을 해마다 조금씩 성장시켰다. 지금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 발전과정이 쉼 없이 이어지면서 27일 개인통산 2500득점을 달성했다.

이제 신장호도 발전의 시동은 걸었다. 그 끝은 삼성화재의 미래와도 이어져있다. 신장호의 성장을 고려한다면 지금까지 삼성화재의 리빌딩은 성공적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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