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정민 “‘누가 뭐래도’, 나를 일으킨 고마운 드라마”

입력 2020-12-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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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정민. 스포츠동아DB

“저 자신을 돌이켜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현재 KBS 1TV 일일드라마 ‘누가 뭐래도’에 출연 중인 신인 연기자 송정민(송찬익·26)은 만나자마자 두툼한 종이뭉치를 내밀었다.

‘100문 100답’.

A4용지 13장을 빼곡하게 채운 자기소개서였다.

이름의 뜻부터 별자리, 특기, 취미, 시력, 콤플렉스까지.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답변이 기본 두 줄 이상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을 찾은 송정민은 “누가 시킨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웃었다.

“작년 4월 전역한 직후에 쓴 버전을 틈날 때마다 고쳤어요. 제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딱 골라 말할 수 없었는데, 이걸 쓰면서 비로소 저 스스로가 명확해지더라고요. 좋아하는 계절이 늦봄이고, 좋아하는 색깔이 파란색이라는 것까지 새롭게 알았어요. 지금의 저를 제일 잘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덕분에 인터뷰할 때도 이렇게 도움을 받고 있죠. 하하하!”

웃음에는 긍정적인 힘이 뿜어져 나왔다. “낙천적인 성격이 저의 최대강점”이라며 송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누가 뭐래도’ 현장에서도 김승욱 등 선배 연기자들로부터 “씩씩하다”는 칭찬을 자주 받고 있다.

배우 송정민. 스포츠동아DB


“극중 나 프로덕션의 조연출 박자근 역으로 나오고 있어요. 비록 큰 역할은 아니지만, 신인으로서는 이만한 ‘학교’가 없다고 봐요. 현장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거든요. 때론 잘해야겠단 부담감에 몸이 굳기도 하지만, 확실히 첫 회보다는 훨씬 나아진 게 제 눈에도 보여요.”

‘누가 뭐래도’는 그의 안방극장 데뷔작이기도 하다. ‘헬로우 버스킹’ 등 웹드라마에 출연한 경험은 있지만, 지상파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본 박신양 주연의 드라마 ‘싸인’을 보고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기어코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군대 안에선 “이것이 과연 내 길이 맞나?”라는 갈등을 겪었다.

“여기에 서기까지 꽤 오래 기다렸어요. 2013년 상명대 영화영상학과에 붙은 직후에 DSP미디어 배우연습생으로 들어갔어요. 뮤직비디오와 웹드라마를 몇 편 찍었지만, 이렇다 할 기회는 만나지 못했죠. 수많은 고배를 마시고는 고민 끝에 2017년 입대했어요.”

하지만 그를 다시 일으킨 것도 “연기”였다.

“전역이 다가오는데, 무심코 개인정비 시간에 드라마를 봤거든요. 갑자기 훅 끓어오르더라고요. 그냥 멍하니 TV만 봤어요. 머릿속에선 ‘그래, 전역하면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생각밖엔 안 들었죠.”

배우 송정민. 스포츠동아DB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이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지고, “왜 나는 준비한 만큼 다 보여주지 못했을까”하는 후회에 빠졌다.

슬슬 주변 친구들은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시 흔들리려는 찰나에 ‘누가 뭐래도’ 캐스팅 합격 소식을 들었다.

“타이밍이 정말 좋았어요. ‘누가 뭐래도’가 고뇌에 빠진 저를 딱 잡아준 거예요.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작품이죠. 그만큼 정말 잘하고 싶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촉’이 드라마에 온통 가 있죠. 콤플렉스인 높은 톤의 목소리도 무게감 있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차근차근 성장하는 중”인 송정민의 굳건한 열정이 연기를 반대하던 아버지의 마음도 돌렸다. 드라마가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부모님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횟수가 더 많아졌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이제 ‘시작’이다. 내년 3월까지는 드라마에 모든 것을 쏟고, 그 경험을 바탕삼아 다시 도전을 이어갈 생각이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한 가득이다.

“착한 인상과 달리, 정색하면 차가워 보여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외모’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 그 점을 잘 살려서 반전 가득한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이루고 싶은 꿈이요? ‘겸손’한 사람이 되는 거요. 겸손해야 하는 위치에 올라가는 것과 그 때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것 모두 포함이에요.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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