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소형준 동반 인터뷰②] 韓야구 최고 유망주들의 이구동성, “올해 KT 더 도약한다”

입력 2021-01-01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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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왼쪽)와 소형준.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강백호(22)와 소형준(20)은 KT 위즈의 현재이자 미래다. 강백호는 3년간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며 완성형 타자로서 ‘평균’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소형준도 이제 막 첫 시즌을 치렀지만 2006년 류현진 이후 모처럼 괴물투수의 등장을 알리기엔 충분한 활약이었다.

이들의 등장은 KT에게도, 한국야구에게도 축복이다. 자연히 강백호와 소형준의 목표도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성공한 KT의 더 높은 도약,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고정돼있다.

강백호는 해보고 소형준은 못해본 것

소형준(이하 소) : “(강)백호 형에게 부러운 게 많지만 그 중에서도 두 개가 탐이 난다. 그 중 하나가 만원관중 앞에서 뛰어본 경험이다. 개막을 무관중으로 하다가 시즌 중반 관중이 들어오니까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 설령 내가 안 던지더라도 벤치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랐다. 수원을 가득 채운 KT 팬들 앞에서 던져보고 싶다.”

강백호(이하 강) : “만원관중 때보다 PS가 더 힘들었다. (소)형준이는 이미 큰 무대에서 강심장을 증명했다. 때문에 딱히 관중이 많다고 해서 떨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형준이가 관중이 있는 일반적 상황에서 144경기를 치르면 성적이 더 좋아질 것 같다. 워낙 큰 경기에서 강하니까.”

소 : “부러운 게 하나 더 있다. 백호 형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봤다. 아마추어 때도 야구 국가대항전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조건 챙겨봤다. 지금도 웨이트트레이닝할 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대표팀이다.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강 : “형준이는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그때와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구단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들이 와서 뛰는 대회니까, 정말 많이 배운다. 나 역시 프리미어12에서 선배들의 다양한 루틴부터 큰 무대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법 등을 많이 배웠다. 만원관중보다 PS가 더 떨렸다고 했는데, PS보다 대표팀이 훨씬 긴장됐다. 경험치를 잔뜩 먹고 레벨이 오른 것 같다. 일단 형이 먼저 가고(웃음). 형준이도 언젠가는….”

소 : “왜 같이 가는 건 생각을 안 해주는 건가(웃음). 백호 형이랑 KT가 아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뛰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다.”

2년차 징크스 극복했던 ‘천재 형’의 노하우

데뷔 첫해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을 기록했던 강백호는 2년차였던 2019년 116경기서 타율 0.336, 13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은 줄었지만 콘택트가 비약적으로 향상하며 2년차 징크스를 깼다. 당시 강백호는 “2년차 때 못하면 2년차 징크스, 3년차 때 못하면 3년차 징크스 아닐까. 딱히 의식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며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한 바 있다.


- 데뷔 첫해 활약한 신인들에게는 늘 2년차 징크스 이야기가 나온다. 소형준에게 강백호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소 :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의식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 올 시즌도 그랬듯이 똑같이 내가 할 것만 집중할 생각이다. 더 잘하려고 욕심을 내면서 고전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강 : “형준이 말이 맞기도 하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안정보다는 도전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형준이가 지난해 신인왕을 받았는데, 거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올해는 개인 타이틀, 내년에는 골든글러브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래야 운동도 잘 된다. 나 역시 데뷔 첫해 29홈런을 기록했는데, ‘내년엔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목표를 내심 세웠다. 쟤도 말은 저렇게 했지만 내년 성적에 과연 욕심을 안 낼까(웃음). 인터뷰니까 말을 아끼는 게 눈에 보인다. 그렇게 욕심이 많은 애인데. 형준이의 2021년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야 KT도 높은 곳을 볼 수 있다.”

소 : “당연히 욕심은 있다. 가장 먼저 팀 성적이다.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133이닝을 던져 규정이닝(144이닝)에 살짝 못 미쳤다. 올해는 꼭 이를 넘어보고 싶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2020년 3.86)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목표다.”

KT 강백호(왼쪽)와 소형준.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우리가 느낀 패배감, 이젠 상대에게”

KT는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다. 창단 첫 가을야구. 비록 두산 베어스와 PO에서 1승3패로 패해 탈락했지만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시즌이었다. KT는 올해도 PS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강백호와 소형준의 활약이 필수다.


- 둘 모두 첫 PS를 치렀다.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

강 : “정말 너무 아쉬웠다. 울컥했다기보다는 화가 났다. 이길 수 있었는데…. 지금도 아쉽다. 그러면서 다음 시즌, 다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다음에는 텍스트를 입력하세요 더 높은 곳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 사실 경기를 하면서 굉장히 행복했기 때문에 울컥함을 참을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입장하진 못했지만 팬들 앞에서 창단 처음으로 가을 축제를 즐긴 것 아닌가. 1~2년 남은 게 아니다. 가을을 자주 느끼고 싶다.”

소 : “난 많이 울컥했다.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백호 형 말에 전부 공감하지만 그땐 그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잘할 것 같다. 한번 경험했으니까, 내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날 것이다.”

강 : “탈락했으니 실패라면 실패겠지만, KT의 2020년은 실패가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돼 후회하지 않을 시즌을 보냈다. 올해 좌절과 실패를 맛봤으니까, 다음에는 우리와 상대하는 팀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들 차례다. 의욕을 다지게 됐다.”


-끝으로 오글거리겠지만 서로에게 한마디 남겨 달라.



강 : “선배보다는 형으로서 형준이가 기특하고 고맙다. 고졸신인이 많은 주목을 받고 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겪어봐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형준이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줬다. 멋있는 동생이다.”

소 : “백호 형에게 고맙다. 사실 고졸신인이 첫해부터 1군에서 뛰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백호 형이 2018년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KT라는 팀이 신인을 기용하는 걸 망설이지 않은 것 같다. 백호 형이 길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난 그 길을 그저 묵묵히 걸을 수 있었다. 좋은 본보기가 되어줘서 고맙다. 내년은 물론 앞으로도 타석에서 많이 쳐줄 것이다(웃음). 백호 형이 같은 팀이라서 정말 좋고 다행이다.”

강 : “우리가 상대팀이었으면 넌 큰일 났었다(웃음). 같은 팀이라서가 아니라 형준이는 정말 좋은 선수다. 상대팀이었다면 정말 까다로웠을 것 같은데 같은 팀이라 내가 더 다행이다. 동생이면서 든든한 지원군이다. 우리 둘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고참 형들의 뒤를 잘 받쳐야 한다. 형준이가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던져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팬들이 원하시는 가을야구, 그리고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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