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위트홈’ 고건한 “원작에 없는 살인마 연기, 부담 백배”

입력 2021-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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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건한. 사진제공|네오스엔터테인먼트

연기자 고건한(김민규·33). 올해로 데뷔 7년차에 접어들었다. 2014년 OCN ‘신의퀴즈4’로 안방극장을 처음 밟은 후 쉴 새 없이 연기했다.

이제는 수월해질 법도 하건만,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게만” 다가온다. 자려고 누웠다가 줄줄이 떠오르는 각종 고민에 “나만 이렇게 생각이 많은가?”하고 궁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고민의 시간 한 가운데에서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만났다.

괴물로 뒤덮인 세상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에서 아동 연쇄살인마 최윤재 역을 맡았다. 화면에 난무하는 괴물들보다 더욱 괴물 같은 인간이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주로 선보였던 코믹한 매력은 잠시 접고, “살벌하고 악독한” 눈빛을 내뿜는다.

시청자도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이 그에겐 ‘약’이 된 걸까. 13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고건한은 “바쁘게 보낸 촬영으로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아 만족스럽다”며 웃음을 지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악역’의 일등공신? “분장 팀!”
조연으로 출연한 KBS 2TV ‘조선로코 녹두전’을 촬영하던 2019년 여름, ‘스위트홈’에 합류했다. 여장한 장동윤을 짝사랑하는 ‘허당’과 치 떨리게 잔인한 살인마를 오가는 날이 그렇게 시작됐다.


- 두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겠다.

“무엇보다 이동 거리가 정말 만만치 않았어요. ‘녹두전’은 사극이라 경남 하동, 경북 문경 등에서 촬영을 주로 했고, ‘스위트홈’은 대전에 스튜디오가 있었거든요. 몸과 정신 모두 ‘타이트’하게 보냈어요. 두 작품 모두 제게는 ‘터닝포인트’였죠.”


-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스위트홈’에서는 원작에 없는 인물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윤재를 만들어준 제작진 분들에 감사해요. 새로운 캐릭터이니 나름대로 책임감이 컸어요. 단순히 못된 인물이 아니라 극적인 긴장감을 몰고, 시청자의 호기심을 주는 요소였어요. 다른 작품에선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단 생각에 준비도 많이 했답니다.”


- 연기자 이진욱과는 팽팽한 기 싸움을 벌여야 하는 역할이었다.

“이진욱 형님만의 묵직함과 진한 감성이 있어요. 현장에 함께 서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느껴지는데, 와. ‘이 보잘 것 없는 내가 과연 잘 대치할 수 있을까?’ 기가 팍 죽었죠. 형님이 그 걱정을 먼저 탁 알아채시고, 저를 편안하게 해주려 노력하셨죠. 배려심이 정말 멋진 분이었어요. 여유가 없어 후배로서, 동생으로서 먼저 다가가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워요.”


- 보기만 해도 섬뜩한 눈빛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다 분장 팀 덕분이에요. 하하하! 분장 팀 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여러 날에 걸쳐 촬영하는 장면을 위해 작은 생채기까지 매일 다시 그려주셨거든요. 덕분에 캐릭터에 현실감이 살아났어요. 연출자인 이응복 감독님은 제가 분장만 해도 ‘벌써 무서운데’ ‘눈빛이 살벌해’라며 농담해주셨죠. 그럴 때 마다 용기가 났어요. 모두 감사했어요.”

“눈물도 부쩍 많아진 요즘”

30대에 접어들고부터는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주로 연기에 대한 고민이다. 답이 없는 고민인 줄 알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그럴 때면 “나를 가장 많이 본 사람들”을 만난다. 시시콜콜 일상 이야기로 웃고 떠들다보면, 문득 고민은 저 멀리 사라져있다.


- 인터뷰 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힘들다’고 했다. 아직도 그런가?

“네. 연기를 편하게 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는 하다보면 익숙해질 것 같은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게 참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려운 것 같고요. 오죽하면 꿈이 ‘마음 편히 사는 것’이겠어요. 그런 감정이 쌓이면 또래의 친한 연기자 동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요. 이야기 하다 울컥해서 눈물을 흘리곤 깜짝 놀란다니까요. 하하하!”

배우 고건한. 사진제공|네오스엔터테인먼트




- 요즘 자주 만나는 연기자 동료들이 있다면.

“(김)경남이, (류)덕환이 형, (이)상이 등등이요. 2019년에 찍은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만났어요. 드라마를 끝나고도 만남을 이어가긴 쉽지 않은데, 계속 만나는 게 신기하고 감사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와 공감을 얻고 돌아가죠.”


- 김경남 씨나 이상이 씨 등도 ‘조장풍’ 이후에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아유, 다들 핫하죠. 하하하! 작품의 기운이 좋았나 봐요. 동료들이 잘 되는 걸 보면서 저 또한 자신감을 얻어요. 나와 작업했던 사람들이 훌륭하게 인정받는 게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을 지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해요.”


- 2019년부터 고건한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도 고민과 연결됐나?

“그런지도 몰라요. 어머니께서 새 이름을 가져오셨어요. ‘매사 정도를 넘지 아니하고, 알맞게 조절하여 건강하고 굳센 삶을 이루리라’는 뜻이래요. 듣자마자 반했죠. 특히 굳셀 건(健)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이렇게 살면 되겠단 생각이 들어 선택했어요. 연기에도 적용시키기 좋고요.”


- 기분 전환할 취미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맞아요. 그래서 취미로 탁구나 테니스 같은 운동에 관심을 뒀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못 하고 있어요. 요즘은 소소하게 ‘집 보기’ 재미로 살아요. 이사를 갈 것도 아닌데, 괜히 부동산 매물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가서 전국 곳곳의 집을 구경하곤 해요. 그래도 내가 갈 곳은 어디 하나 있겠지, 이상한 희망이 들어 기분이 좋더라고요.”


-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도, 내일은 항상 온다. 아침에 일어날 때 무슨 생각을 하나.

“오늘은 좀 더 가볍게 걸을 수 있기를. 집 주변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에 자주 산책을 나가요. 그 발걸음에 고민이 담겨있기 않길 바라면서 일어납니다. 언젠가는 마음 편한 날이 오겠죠. 그 날엔 꼭 웃으면서 ‘마음 편하게 사는 법’을 공유해볼게요.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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