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부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2021 국내 스프링캠프, LG 류지현 감독. 스포츠동아DB

2월 1일부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2021 국내 스프링캠프, LG 류지현 감독. 스포츠동아DB


“편안하게, 자신 있게 해! 즐기면 돼!”

지도자, 관리자가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가벼운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공허하게 다가온다.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처럼 막연한 문장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50)의 생각도 비슷했다. “과연 즐기는 게 뭘까”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자 생각을 바꿨다. 입 대신 귀를 더 활용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초반, 훈련이 끝난 뒤 투수-야수조와 번갈아가며 토론하는 이유다.

훈련을 마친 오후 이천 LG챔피언스파크 회의실에서 진행되는 토론회는 열띤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미 투수와 야수 각 2차례씩 사령탑과 만났다. KBO리그 대표 유격수 출신으로 수비코치로서 능력까지 인정받았던 류 감독이기에 오히려 투수조와 토론에서 느끼는 게 더욱 많다. 시프트가 대표적이다. 류 감독은 직전 투수조 토론을 마친 뒤 “이런 자리를 마련 안 했으면 안 됐을 것 같다. 벤치 생각으로만 움직일 순 없다. 극단적 시프트를 선호하지 않는 투수도 있다. 그런 성향을 반영해 투수코치와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는 투수조장 정찬헌이다. 여기에 베테랑 송은범도 제 목소리를 낸다. 류 감독은 “우물쭈물하기보단 ‘감독님! 전 이렇습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얘기해준다. 역시 송은범이었다”고 칭찬했다. 모두가 모인 장소에서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개별면담도 주저하지 않을 계획이다.

소통의 힘은 또 한번 드러났다. 상무 야구단이 4일 발표한 2021년 합격자 명단에 LG 선수는 없었다. 김대현, 이재원, 이상영이 지원했으니 상실감이 컸을 터. 명단 발표일은 1군 훈련이 없어 류 감독은 때마침 2군 캠프가 차려진 강릉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날 류 감독은 이들과 직접 면담했다. 특히 김대현은 이재원, 이상영이 나간 뒤 따로 시간을 내 사령탑과 이야기했다. 류 감독은 “(김)대현이의 눈빛을 보고 놀랐다. 올해는 야구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다.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입보다는 귀가 더 바쁜 나날이 이어질수록 류 감독의 표정은 더욱 밝아질 듯하다.

이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