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관심의 무게와 도덕성의 요구를 V리그는 감당할 수 있는가?

입력 2021-02-14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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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 V리그가 설 연휴 동안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번 시즌 V리그 흥행의 중심이었던 흥국생명에서 시작된 파문이다. 팀 내부갈등의 소셜미디어(SNS) 노출에서 비롯돼 요즘 대중이 가장 분노하는 사안 중 하나인 학교폭력으로 불이 번졌다.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에 이어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이밖에도 또 다른 스타의 이름이 소문으로 나돌고 있다. 추가폭로가 누구로부터 언제, 어디까지 나올지 전혀 짐작할 수 없기에 한국배구연맹(KOVO)은 속수무책이다.

V리그가 그동안 애써 쌓아올린 이미지를 훼손하는 이 소용돌이를 잠재울 해결책과 팬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결정이 한시라도 빨리 나와야 잠잠해질 것 같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 KOVO도, 흥국생명도 고민하고 있다. 일단 흥국생명은 15일 공식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여론의 향방이 중요하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사랑했던 스타였기에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이미 과거에 잘못은 저질렀다. 이 사실을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용서해주느냐에 따라 이번 파문은 더 확대될 수도 있고, 아니면 진정국면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지금 한창 뜨겁게 들끓고 있는 대중의 마음을 미리 읽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불만과 불협화음은 존재한다. 일반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동료 또는 상사와 갈등하면서도 각자의 일은 한다. 좋은 조직은 이런 갈등이 있더라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필요할 때는 힘을 모으고, 내부의 치부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V리그에서 터진 이번 일이 전적으로 선수들의 품성에 따른 문제인지, 다른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듯하다.

지금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게 아주 쉽게 노출된다. 배구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매스미디어는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도하면서 마치 유명 연예인과 같은 존재로 만든다. 대중은 마치 아이돌 스타처럼 선수들을 바라보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팬들의 사랑이 뜨거운 만큼 사소한 잘못이라도 드러나면 비난은 그만큼 거세지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이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세상에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스타선수들은 그 자체가 누구도 통제하기 힘든 권력이지만, 자칫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에 그것이 확인됐다. 그래서 더욱 말과 행동에 조심해야 하는데, 구단과 KOVO는 이를 너무 쉽게 여겼다. 이번 파문은 그에 대한 무서운 경고다. V리그는 최근 수년 새 갑자기 치솟은 인기라는 거품에 취해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대중의 커진 관심의 무게를 감당할 만큼 모든 구성원이 정신적, 도덕적으로 성숙했는지 냉정히 돌아볼 때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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