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지현 감독. 스포츠동아DB
3441.2이닝. 최근 3년간 오지환이 소화한 수비이닝이다. 같은 기간 리그 전체 1위다. 오지환의 뒤를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전준우(롯데 자이언츠)가 잇는다. 로맥은 수비 부담이 덜한 1루와 외야를 오갔으며, 박해민과 전준우는 전문 외야수다. 내야수 2위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3294.1이닝)인데 오지환과 147.1이닝 차이다.
그럼에도 성적은 흠잡을 데 없다. 오지환은 지난해 141경기에서 타율 0.300, 10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23을 기록했다. 데뷔 첫 3할 타율 등정에 성공했으며 조정득점생산(wRC+)은 111.9로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좋았다. 이제 수비에서 의문부호를 다는 이도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체력이 좋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 오지환도 30대에 접어들었다. 유격수로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 입단 직후부터 오지환을 지켜본 류 감독도 이에 동의했다. 류 감독은 “(오)지환이의 어린 시절만 해도, ‘쟤는 저렇게 많이 뛰어도 잘해준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30대가 됐다”며 “솔직히 오지환의 움직임만 보면 안다”는 말을 덧붙였다. 수비 훈련 때 오지환의 움직임만 놓고 봐도 그날 경기 활약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체력 저하로 풋워크가 살짝만 더뎌져도 커리어 내내 호흡을 맞춘 류 감독이 놓칠 리 없다.
류 감독은 “경기 상황에 따라 1~2이닝이라도 쉬게 할 생각이다. 그 1이닝이 사소해보여도 엄청 크다”며 “물론 이기고 있을 때 사소한 실책으로 경기가 뒤집힐 수 있으니 쉽지 않은 결정이다. 조심스럽겠지만 염두에 두고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백업 내야진 확보도 필수다. 류 감독은 “1군 엔트리 야수가 15명 정도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들을 넣어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본혁, 이상호, 이영빈 등 뒤를 받칠 수 있는 카드도 서서히 확보하고 있다. 류 감독의 목표가 이뤄진다면 ‘유격수 오지환’을 더 오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