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1000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17일 구속 수감됐다. 최 회장은 이날 구속 심사가 끝난 뒤 ‘횡령과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SK그룹의 ‘ESG 경영’ 발목 잡히나
1000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SK네트웍스 ESG 등급 내려갈듯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 취임에 악재
최대주주인 지주사에도 여파 예상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자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1000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17일 구속 수감됐다. 1000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SK네트웍스 ESG 등급 내려갈듯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 취임에 악재
최대주주인 지주사에도 여파 예상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최 회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영장을 발부했다. 원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피의사실과 같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있다”면서 “범죄의 규모와 관련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텔레시스, SKC 등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해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최 회장이 거주하는 워커힐 호텔 빌라 임대 자금으로도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기 소유나 마찬가지인 골프장 운영 업체에 회삿돈 150억 원을 무담보로 빌려준 뒤 제대로 상환 받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구속 심사가 끝난 뒤 횡령과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18년 처음 혐의를 포착했을 때의 이상 자금 규모는 200억 원대였지만, 이후 피해 금액이 1000억 원 대로 불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의 사용처는 물론, 주가 조작 의혹 등도 수사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측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어려운 시기에 이와 같은 상황을 맞게 돼 당혹스럽다”며 “이사회와 사장을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직접 타격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구속되면서 불똥은 SK그룹으로 튀고 있다. 그룹 전체가 당황스러워 할 정도로 타이밍이 나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3일 서울상공회의소(이하 서울상의)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 서울상의 회장은 관례상 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하는데,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서울상의 부회장단으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IT기업 창업자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최태원 회장이 최근 글로벌 경영 화두로 주목받고 있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칭하는 ‘ESG 경영’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보자는 취지로 제안해 수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평소 가장 강조해 온 ESG 경영 확산을 위해 노력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친인척 비리라는 악재를 맞게 됐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SK네트웍스의 ESG 등급은 A+다. 하지만 최신원 회장의 구속으로 ESG 등급은 하향될 수밖에 없다.
ESG 등급 하락의 여파는 SK그룹 지주회사인 SK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는 SK네트웍스 지분 39.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네트웍스가 경영상에서는 SK 그룹과 사실상 계열 분리 상황이라고 해도, 시장에서는 SK그룹의 ESG 경영 의지에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