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철수 임박?

입력 2021-02-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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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MC사업본부, 전체 매각? 부분 매각?…다양한 시나리오 주목

스마트폰은 자동차·가전의 허브
하드웨어 생산부문은 매각하고
모바일 기술·브랜드 유지할수도
세계 첫 롤러블폰 출시도 불투명
LG전자 휴대전화 사업 철수가 임박했다. LG전자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한달이 지났다. LG전자는 ‘검토 단계’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사업 철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는 핵심 기술은 유지하면서, 하드웨어 생산 부문을 매각하는 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르면 3월 주주총회 전에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어떻게 되나?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달 20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가 직접 철수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한만큼 이미 구광모 회장 등 LG그룹 경영진과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사업부 전체 매각 또는 부분 매각, 철수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매각의 경우 증권가에선 이미 구글부터 폭스바겐, 베트남 기업까지 다양한 인수 대상자가 거론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하드웨어 생산 부문은 매각하고 핵심 기술은 남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자동차와 가전 등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주는 허브 역할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LG전자가 기존 사업을 넘어 전장, 로봇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광모 회장의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도 궤를 같이 한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적자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업을 유지하는 방향도 있다. 다만 이 경우도 핵심 기술과 브랜드만 남기고, 생산을 모두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전환하는 등 사업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 달 실적발표 뒤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이와 관련해 “핵심 모바일 기술이 미래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재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사업 철수를 호재로 보고 있다. MC사업본부를 매각 또는 축소하면 빠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매각설이 가시화된 지난 달 20일 LG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84% 오른 16만7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지난 19일에도 16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업계는 적자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면 LG전자 기업가치가 10조 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0만 원으로 높이기도 했다.

시장 영향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할 경우,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5%, 애플이 20%를 차지했다. LG전자는 13%에 그쳤다. 애플은 OS가 다르고,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만큼 기존 LG전자 스마트폰 이용자 상당수가 삼성전자 제품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0%에 이를 전망이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사업 매각·축소 검토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시장 내 양강인 삼성과 애플의 입지가 올 한 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도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독과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이 오르는 등 독과점 이슈가 불거지면 정부가 규제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시장 동향을 지켜보겠다”며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안으로 나온 중저가폰 쿼터제 도입에 대해선 “제조사들이 중저가 단말기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업계는 LG전자가 휴대전화 외에도 가전 등 다른 일반 소비자 대상(B2C)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당장에 불편이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품 수급에는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LG전자 측은 “소비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롤러블’의 운명은?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LG전자가 1월 11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가전전시회 CES에서 영상으로 공개한 세계 최초 롤러블폰 ‘LG롤러블’의 출시 여부다. 화면이 돌돌 말렸다 펼쳐지는 영상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불과 9일 만인 20일 LG전자가 돌연 사업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롤러블 출시는 안개 속에 묻혔다.

업계에선 롤러블 출시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당초 3월 공개하고 상반기 중 출시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2월 말이 됐음에도 제품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롤러블이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 제품인만큼 수율과 높은 단가 탓에 시장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롤러블 출시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각에선 매각 전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시제품을 공개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롤러블 출시가 불발되면 최근 공시지원금을 크게 올리며 재고 소진에 나선 ‘윙’이 사실상 LG전자의 마지막 프리미엄 전략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LG전자는 아직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롤러블 개발이 중단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실제 출시될지는 MC사업본부와 관련한 큰 그림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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