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 “매출 제로 상태로 1년 견뎌…생존권 보장하라”

입력 2021-02-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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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 회장(가운데)이 22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년여를 ‘매출 제로’상태로 버텨온 여행업계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재난지원금의 차별없는 지원 등 정부에 대한 5개 요구사항을 밝히고 있다. 여행업계는 이날부터 26일까지 청와대 앞에서 피킷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 청와대 광장서 피켓시위

신용대출 확대·자가격리 완화 등
다섯 가지 대정부 요구 사항 발표
여행업 유지 업체 전체 74% 불과
“많은 여행사 대표들, 일용직 전전”
문체부 “여행업 불만, 반영 노력”
“진짜 더 이상 버티기 힘듭니다. 이제는 생존절벽, 생계절벽에 이르렀습니다.”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인 22일 오전의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광장.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광장에 잔뜩 굳은 표정의 여행업계 대표들이 모였다. 그들의 손에는 ‘1년간 특별여행주의보, 매일 국내여행 자제, 여행업 생태계 무너진다’, ‘여행업도 집합금지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오창희(한국여행업협회장)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공동위원장과 위원들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산업 생태계 붕괴의 위기감을 느끼는 여행업계가 생존투쟁을 하겠다며 만든 조직이다.

비대위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차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법 제정 때 집합금지 업종에 준하는 지원, 관광진흥개발기금 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및 대출조건 완화, 사업주 부담 직원 4대 보험금 감면(또는 유예), 자가격리 14일 기준 완화 및 합리적 기준 설정, 관광산업 재난업종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다섯 가지 대정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그리고 26일까지 분수대 광장에서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피켓시위를 실시한다.

오창희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매출 제로의 상태로 1년의 시간을 직원들과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며 “많은 여행사 대표들이 일용직을 전전하고 빚더미로 신용 불량자의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여행업협회가 지난해 10월 전국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업계의 상황은 암울하다. 전체 1만7664개의 여행업 등록업체 중 영업여부와 상관없이 여행업 자체를 유지하는 업체는 1만3081개로 전체의 74.1%에 불과했다. 매출 감소도 심각해 2019년 12조6439억 원이던 것이 2020년에는 2조 580억 원으로 급감했다. 전년대비 무려 83.7%, 10조 5859억 원이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세계적인 여행교류 중단 직전이던 2월 말까지의 영업실적이 반영된 수치로 사실상 지난해 10개월 간 대부분 업체가 매출액이 없는 영업중단 상황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별 종사자도 평균 4.7명으로 줄어 2019년과 비교하면 휴직자를 포함해 4만8000명 이상이 휴직 또는 실직 상태다.

실제로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경우 전체 직원 2300여 명 중 10% 수준인 200∼300명 정도만 출근을 하고 나머지 직원이 휴직상태다.

특히 여행업계는 이처럼 절박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업계 현실을 너무 외면한다고 잔뜩 뿔이 나 있다. 비대위 위원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명섭 여행114 대표는 “1년 내내 해외출입국자 자가격리 14일, 국내여행 자제를 말하고는 정작 재난지원금을 줄 때는 집합금지를 행정명령으로 내린 적이 없고 자제 권고였다며 일반업종으로 100만원을 받으라 한다”며 “왜 똑같은 고통을 겪는데도 단지 행정처분이 아니었다고 홀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성토했다.

한편 여행업계가 대정부 시위까지 나서는 것에 대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업계의 주장과 불만은 다양한 경로로 확인하고 있고 많은 부분 공감해 최대한 반영하려 애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국장은 “재난지원금의 집합금지업종 수준 지원이나 자가격리 14일 완화 등은 재정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인데, 업계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관광진흥기금의 신용대출이나 추가재원 마련도 수요가 많을 경우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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