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 언니’ 짐 나눌 난세영웅, 흥국생명 이한비가 보여준 희망

입력 2021-02-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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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한비. 스포츠동아DB

차와 포는 불미스러운 일로 빠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해결사로 기대한 대체 외국인선수도 기복을 숨기지 못한다. 분위기를 띄우는 베테랑으로서, 코트 위에서 해결해야 하는 공격수로서 김연경(33·흥국생명)의 어깨가 무겁다. 박미희 감독은 그 짐을 나눠줄 난세영웅의 등장을 기대했다. 이한비(25)는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흥국생명은 24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IBK기업은행전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분패했다. 스코어만 보면 16일 홈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과 같은 ‘셧아웃’이다. 하지만 올 시즌 최다 34점차로 패했던 앞선 경기와 내용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매 세트 IBK기업은행을 압박했다. 물론 고비를 넘지 못해 0-3으로 패했지만 희망은 분명했다.

중심에는 이한비가 있었다. 이한비는 1세트 도중 김미연을 대신해 투입돼 15득점(공격 성공률 58.33%)으로 펄펄 날았다. 19득점으로 분전한 김연경의 뒤를 제대로 받혔다. 리시브 효율도 44.4%로 공수에서 제몫을 충분히 해냈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6경기 8세트 소화에 그친 백업 공격수였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후 박미희 감독에게 이한비의 칭찬을 부탁하자 “(이)한비가 이렇게 잘했을 때 이겨야 신이 날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파워풀한 선수”라는 칭찬을 곁들였다. 실제로 이한비의 스파이크 파워만큼은 리그 최정상급으로 꼽힌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지만 처음부터 경험으로 무장한 선수는 없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이한비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은 건 4경기. 매 경기가 결승전과 다름없다. 봄 배구 진출은 확정지었지만 챔피언결정전 직행으로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이 절실하다. 28일 GS칼텍스와 일전이 사실상 1위 결정전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주전 세터와 날개 공격수가 빠졌지만 남은 선수들은 조금씩 호흡을 되찾고 있다. 적어도 무기력하게 패하진 않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다. 이한비가 이날처럼 김연경의 짐을 덜어준다면 난세영웅 등장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충족될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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