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 기자의 게임월드] 게임업계 “개발자가 재산, 인재 지켜라”

입력 2021-03-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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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연이은 연봉 인상으로 ‘개발 인재 지키기’에 나섰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크래프톤의 ‘썬더 티어원’, 넥슨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넷마블의‘제2의 나라’,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대표 이미지.사진제공|크래프톤·넥슨·넷마블·컴투스

게임업계 연봉 인상 도미노

“우수 인재가 중장기적 경쟁력”
넥슨·넷마블·컴투스 등 이어
크래프톤도 임직원 연봉 인상
중소 게임사와 빈부격차 우려
게임업계가 잇달아 연봉 인상을 단행하며 ‘인재 지키기’에 나섰다. ‘디지털전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게임과 정보기술(IT) 업계 외에도 유통 등 모든 산업군에 걸쳐 개발자를 중심으로 한 인재확보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올해 운영방식을 ‘인재 중심’으로 정하고, 연봉을 인상키로 했다. 개발직군은 2000만 원, 비개발직군은 1500 만 원을 일괄 인상한다. 신입(대졸)의 경우 초임 연봉을 6000만 원(개발직군), 5000만 원(비개발직군)으로 정했다. 공개 채용 규모도 수백 명 단위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게임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제일 먼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고, 올해부터 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도전을 통해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넥슨 시작으로 넷마블, 컴투스까지
크래프톤에 앞서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일제히 연봉 인상을 발표했다. 처음 공을 쏘아올린 것은 넥슨이다. 넥슨은 지난 달 1일 올해 신입 초임 연봉을 개발직군 5000만 원, 비개발직군 4500만 원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재직 중인 사원들의 연봉도 800만 원 높여주기로 했다. 2018년 이후 중단된 신입 및 경력직 공채도 상반기 내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지난해부터 넥슨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일회성 격려보다는 체계적 연봉인상을 통해 인재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넷마블도 전 임직원의 연봉을 800 만 원 인상한다는 내용을 최근 사내 공지했다. 신입 연봉은 개발직군 5000만 원, 비개발 직군 4500만 원으로 시작한다. 게임빌과 컴투스도 바통을 이어받았다. 두 회사는 평균 800만 원 이상 연봉을 인상키로 했다. 고용노동부에서 공개한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 2020 년 대졸 신입 사무직 근로자 평균 연봉이 3347만 원임을 감안할 때, 게임사의 인상된 연봉은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인력도 빈익빈 부익부” 우려
게임사들이 연봉 인상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집토끼 지키기’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특히 게임이나 IT 외에 다른 산업군에서도 개발자 수요가 늘면서 인재 모시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엔씨소프트 등 규모가 큰 게임기업들의 연봉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을 만드는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 우수 인재가 회사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이라는 판단이 아닐까한다”며 “특히 게임과 IT뿐 아니라 유통 등 모든 산업에서 개발자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 개발자를 우대하게 된 배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도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좀 더 제대로 이뤄진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앞 다툰 경쟁이 자칫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글로벌리서치가 조사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회사 규모에 따라 업무량이나 복리후생 등 모든 면에서 만족도 차이가 컸다.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만족도는 낮았고, 클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도 마찬가지. 5인 미만은 임금·보수에 대한 만족도가 34.4% 로 낮았고, 300인 이상은 74%로 높게 조사됐다. 연봉 인상 경쟁이 더욱 불붙을 경우 이런 간극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개발자들이 성과에 대한 보상을 연봉 형태로 받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면서도 “하지만 그 정도의 임금을 주지 못하는 중소개발사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인력에 대한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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