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5연패를 노리는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은 ‘화공(화끈하고 화려한 공격) 축구’를 약속했다. 이기고 있어도, 지고 있어도 멈춤 없이 전진하는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던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의 향수를 되살리는 한편 좀더 세밀한 공격전개로 재미까지 더한다는 의지다.
아직 100% 상태는 아니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앞선 2시즌을 책임진 동안 전북의 뚜렷한 강점은 많이 퇴색됐다. 우승트로피 3개(리그 2개+FA컵 1개)를 거머쥐었어도 2005년 여름부터 착실히 다진 팀 컬러가 사라진 것은 굉장히 아쉬웠다.
최 감독과 모라이스 감독을 코치로 보좌한 김 감독이 올 겨울부터 동계훈련을 이끌었으나,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에 익숙해진 선수들의 몸을 깨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와 날씨 등의 변수로 인해 많은 연습경기를 치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일단 결과는 챙겼다. FC서울과 개막전 2-0 완승,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2라운드 1-1 무승부에 이어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강원FC와 홈 3라운드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로테이션이다. 서울전과 제주전 엔트리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모두 김 감독의 계획이었다. 개막 후 2경기까지 전술 점검과 감각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났다”고 말한 배경이다.
강원전에선 보기 드물었던 투톱을 내세웠다. 일류첸코가 김승대와 호흡을 맞추며 전진했다. 과거 주로 활용한 원톱에 새로운 공격전략을 가미했다. 김 감독은 후반 중반부터 구스타보를 투입해 일류첸코와 최전선에 세웠는데, 0-1로 뒤진 후반 막판 2골에 기여해 효과를 봤다.
구스타보의 화력이 폭발한 것은 고무적이다. 서울전에선 상대 자책골에 모 바로우의 추가골로 이겼고, 제주 원정에선 2선 공격수 이승기가 골 맛을 봤다. 강원전에선 김보경과 구스타보가 골맛을 보며 전북의 전방이 깨어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일류첸코도 아직 득점만 신고하지 못했을 뿐 서서히 ‘녹색군단’에 녹아들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 소속이던 일류첸코의 이적이 결정됐을 때 가장 긴장했던 이가 구스타보다. “위에서 수비에 적극 가담하고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며 볼을 잘 간수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구스타보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위협적인 스트라이커로 진화하고 있다. 아직 기대만큼 뜨겁진 않아도 충분히 기대되는 내일이 있어 불편하지 않은 전북의 초반 레이스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