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성 추가 발탁’ 벤투호, 일본 원정…끝내 배려 받지 못한 K리그

입력 2021-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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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결국 배려는 없었다.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10년 만에 펼쳐질 한일 친선 A매치에 자신이 뽑은 선수들을 모두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A대표팀은 25일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과 격돌한다. 이에 따라 K리그1(1부) 울산 현대 7명(조현우, 원두재, 김태환, 홍철, 윤빛가람, 이동준, 김인성), FC서울 3명(조영욱, 나상호, 윤종규) 등이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원정길에 오른다. 울산에선 당초 6명이 뽑혔으나, 20일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울산 감독에게 양해를 구해 윙 포워드 김인성을 추가 발탁했다.


협회는 정부와 관계당국을 설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2주 격리기간을 1주로 줄이고, 격리방식도 코호트 형태로 바꿈에 따라 일본 원정에 나선 대표팀은 26일 귀국 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합숙하기로 했으나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A매치, 그것도 한일전 출전이라면 몹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코로나19 시국에서 원정은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코호트 격리가 끝난 뒤 소속팀에 합류하면 다음달 2일 재개될 K리그1 정규리그 7라운드를 준비할 여유는 하루 남짓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일정 조정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홍 감독은 소통의 부재를 짚은 바 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그 누구도 울산에 선수의 정확한 상태를 묻지 않았다. 울산은 왼쪽 풀백 홍철이 가장 걱정스럽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자신감까지 떨어진 홍철은 A대표팀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더욱 황당한 것은 벤투 감독이 예비엔트리에 있던 울산의 다른 선수들까지 추가 발탁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햄스트링을 다친 손흥민의 차출을 토트넘(잉글랜드)이 거부할 것에 대비해 해당 선수들의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한 정황이 포착됐고, 결국 김인성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만 소통이 이뤄졌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다치지 않고 돌아오길 바란다. 경기까지 뛰고 감각을 유지했으면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도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차출 거부를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5일 이상 격리가 필요한 국가의 클럽들은 A매치 차출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임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도, K리그도 입장은 똑같지만 A대표팀의 영향력이 센 국내에서 ‘차출 거부’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협회는 서울 구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담당 임원을 17일 서울-광주FC전 현장에 보내 뒤늦게 대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관계자는 “울산도, 서울도 뜻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진 않았을 것이다. 행여 소속 선수들에게 찾아올 수 있는 차후의 불이익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벤투 감독은 발표 이후에라도 구단에 한 마디 양해 정도는 구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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