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전 2승 코리아헌터, 오늘도 출전 준비

입력 2021-04-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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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최다 연패를 기록한 지피치피(Zippy Chippy)와 승률이 2%도 되지 않지만 역대 최다 출전 기록에 도전하는 한국의 코리아헌터(사진). 우승과는 거리가 멀지만 두 말의 도전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1등보다 더 깊은 여운, 가슴에 전해주는 멋진 꼴찌마들

11경주 더 출전하면 최다 출전기록
美 최다연패 지피치피 매경주 최선
113연패 하루우라라 ‘꼴찌들의 별’
순위를 겨루는 스포츠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역시 1등이다. 하지만 때로는 치열한 경주 끝에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꼴찌’들의 이야기가 화려한 우승보다 더 깊은 여운을 줄 때가 있다. 경마에는 수없이 많은 패배를 겪으면서도 매 경주 때마다 최선을 향해 달리던 멋진 꼴찌마들이 있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요즘, 자신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늘 내일의 희망을 향해 달렸던 이들 경주마들의 이야기는 많은 위로를 전해준다.

꼴찌마 전설의 ‘시조’ 미국의 지피치피
미국에서 최다 연패를 기록한 전설적인 꼴찌 경주마는 지피치피(Zippy Chippy)다. 1991년에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한 지피치피는 대부분의 경마장에서 출전이 거절될 정도로 경기력이 뒤쳐졌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레이스에 꾸준히 나서 미국 경마역사상 최다연패 기록을 갈아 치우며 통산 100전 100패의 기록으로 은퇴했다.

부진한 성적에도 팬들은 지피치피를 응원하기 위해 경마장을 찾았으며 매 경주마다 새로 세우는 연패기록에 환호를 보냈다. 연패에도 극진한 보살핌으로 꾸준히 지피치피를 경주에 출전시킨 마주 펠릭스 몬서레이트는 “경주를 마친 지피치피는 매번 기쁜 모습으로 돌아오기에 난 언제나 실망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지피치피의 도전정신은 뉴욕타임스, 피플 등 많은 언론의 기사를 통해 소개됐다. 지피치피는 어린이 학업독려 캠페인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으며 그의 이야기는 동화책을 포함한 두 권의 책으로 나왔다.

행운의 상징 꼴찌마, 일본 하루우라라
일본의 지방경마장인 고치 경마장에서 1998년 데뷔한 하루우라라는 2004년 8월 은퇴할 때까지 113전 113연패를 기록했다. 미국의 지피치피가 부진한 성적에도 인기를 얻은 것처럼, 하루우라라 역시 2000년대 초 경제 불황을 겪던 일본인들에게 ‘꼴찌들의 별’로 불리며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당시 고치 경마장은 시내에서 접근성이 안 좋은데다 장기간의 경제불황으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었다. 고치 경마장은 하루우라라를 ‘패배해도, 패배해도 다시 일어나 계속 달리는 경주마’로 홍보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루우라라는 스타덤에 떠올랐으며, 하루우라라의 마권은 ‘절대로 맞지 않기 때문에’ 정리해고와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부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국민적 인기를 끌면서 106전 출전 때는 일본 중앙경마의 최고 기수 다케 유타카가 기승하기도 했다. 결과에 이변은 없었지만 그 경주를 보기위해 고치 경마장에 약 1만3000명의 팬들이 입장했다. 마권 매출도 사상 최고액을 갱신해 고치 경마장은 폐업위기를 넘겼다.

하루우라라는 은퇴 후에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70명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하루우라라회’의 회비로 하루우라라의 양육비를 충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경마게임 ‘우마무스메’의 인기와 더불어 재조명 받고 있다.

코리아헌터, 역대 최다 출전기록에 도전
코리아헌터는 3월 28일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통산전적은 117전 2승. 2월 13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1200m 경주에서도 11마리 출전마 중 11위를 기록했다. 승률이 2%도 채 되지 않지만 첫 데뷔인 201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출전기록을 쌓고 있다. 현재 한국경마 최다 출전기록은 80년대 백작호가 세운 129전. 코리아헌터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연말 쯤 새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경주마가 평균 5세를 전후로 은퇴하기 때문에 10세를 넘은 코리아헌터의 현역 도전은 한 경주 한 경주가 역사가 되고 있다.

햇수로 7년째 코리아헌터를 맡고 있는 이정표 조교사의 애정도 남다르다. “체구가 큰 말이 아니지만 영리하고 꾸준함이 롱런의 비결”이라며 “잔부상이나 아픈 적이 거의 없었던 말인 만큼 ‘보물단지’처럼 소중한 말”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코리아헌터는 오늘도 출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희망적인 건 최근 경주에서 2월 경주보다 기록이 3초나 줄었다는 것, 박수 받는 꼴찌의 질주는 현재진행형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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