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날선 마음을 위한 로맨틱한 쉼표”…주연선 ‘Romantique’

입력 2021-04-01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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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이로운 연주자다. 훌륭한 재능을 갖춘 학생에서 그러한 연주자로 성장했다는 것이 내게는 정말 자랑스럽다(린 하렐·첼리스트)”

“그는 환상적인 첼리스트다. 그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놀라운 테크닉, 아름다운 예술성, 깊은 해석에 놀라게 된다(지안 왕·첼리스트)”

음악가로서 스승과 동료로부터 들을 수 있는 더 이상의 찬사가 있을까. 여기서의 ‘그’는 첼리스트 주연선(중앙대 예술대 음악학부 교수)이다. 2008년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하고도 3년이나 공석으로 남아있던 첼로수석 자리에 발탁돼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했던 ‘그’다.

주연선이 새 음반을 냈다. 음반의 타이틀이 참 로맨틱하다. 말 그대로 ‘로만티크(Romantique)’.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음반 이후 무려 5년 만의 신보다. 첼리스트에게 ‘구약성경’으로 받들어지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주연선의 음악적 실험과 도전, 무게를 드러냈다면 이번 음반은 상대적으로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마냥 가볍고, 행복하다.



주연선의 두 번째 솔로앨범인 ‘로만티크’는 클래식 음악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아마도 CF 배경음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만큼 친숙한 소품을 16곡이나 담고 있다. 생상스의 ‘백조’, 쇼팽의 ‘녹턴’, 엘가의 ‘사랑의 인사’,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 의자를 한껏 뒤로 젖히고 눈을 스르르 감게 만드는 ‘로맨틱한’ 음악이 화수분처럼 흘러나오는 음반이다.

어마어마한 테크닉, 거친 파도와 같은 감정의 요동을 요구하지 않는 소품이지만 고수가 연주하면 어느새 “이게 이런 곡이었어?”하고 신음하게 된다. 주연선은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가득한 연주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테크닉도, 감정의 이입도 더도 덜도 아닌 ‘딱 필요한 만큼’만 현 위에 얹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연선이 연주하는 소품들은 ‘로맨틱’의 색깔과 음영이 곡마다 다르다. 이것은 글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같은 ‘사랑’이라 해도 어느 곡에서는 현재형으로, 어느 곡에서는 과거형으로, 심지어 어느 곡에서는 현재완료형으로 들린다. 이 순간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한때 사랑을 했던 사람에게도, 지금까지 사랑을 해온 사람에게도 주연선의 음악은 참 따뜻하게 힐링과 위안의 말을 건네 온다. 슬픔조차 따뜻하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땀을 흘리게 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차가워 윗 단추를 잠그게 하지도 않는다. 곡마다 갖고 있는 온기는 봄옷처럼 요즘에 딱 어울린다.

팍팍한 일상, 코로나에 지치고 날이 선 마음에 한 줌의 휴식을 선물하고 싶다면 이 음반을 추천하고 싶다.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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