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지현 감독. 스포츠동아DB
LG는 3일 창원 NC 다이노스와 개막전을 앞두고 하루 전인 2일 격전지로 출발했다. 같은 날 발표된 개막 엔트리에 LG는 투수 13명, 야수 15명을 포함시켰다.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선수 중 명단에 들지 못한 8명은 이천으로 향했다. 신인 이영빈을 비롯해 문보경, 김주성, 한석현 등 잠재력을 보여준 선수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은 3일 창원 NC전이 우천취소되기 전 취재진과 만나 “8명 모두와 개인 면담을 했다.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고 밝혔다. 개막 준비로 크고 작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경기 구상만큼이나 중요한 게 선수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란 철학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준비할 선수들도 있고, 육성선수 신분이라 5월 이후 등록되는 선수들도 있다.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후자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경우 4월 한 달이 찬스다. 의욕적으로 한 달을 준비해달라고 감독 입장에서 정확한 메시지를 줬다.”
스포츠동아DB
3일 경기에 준비한 라인업도 같은 의미다. LG의 개막 라인업 최대 관심사는 외야진의 ‘빅5’였다. 김현수, 이형종, 채은성, 홍창기, 이천웅 등 주전으로 나서도 손색없는 5명의 공존이 관건이었다. 지명타자 슬롯을 활용해도 한 명이 빠진다. 때문에 외야진 트레이드 얘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들의 공존을 강조해왔다. 3일 경기에선 김현수~홍창기~이형종 외야진에 채은성을 지명타자로 출전시켰다.
류 감독은 “지나치게 판을 흔드는 것도 좋지 않다. 분명한 기존 틀 안에서 상대 투수나 우리 야수진의 컨디션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임 류중일 감독님께서 기존 1.5군 선수를 확실한 1군 주전으로 만들어주셨다. 강팀이 됐고 뎁스가 강해졌다. 그게 지금 팀 컬러인데 다시 흔들어 혼란을 주고 싶지 않다”고 되새겼다.
엔트리, 라인업은 한정돼있다. ‘나쁜 선수’가 아닌, 지금 시점에 ‘조금 덜 필요한’ 선수들은 한정된 명단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뒤를 받치는 이들의 활약 없이 완성되는 팀은 없다. 류지현 감독이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신경을 쓰는 이유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확고한 메시지 전달. 그렇게 류 감독은 LG를 한 데 묶고 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